◎어린시절 문화에 대한 기억 복원작업 담아「무림일기」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낸 시인, 자신이 낸 시집과 같은 이름의 영화 「바람부는…」을 감독한 유하(32·사진)씨가 네번째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문학과지성사간)과 산문집 「이소룡세대에 바친다」(문학동네간), 「유하문학선」(예문간)을 한꺼번에 냈다.
「재즈」 시리즈와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연작을 포함한 이번 시집에서는 무협지, 대중가요, 영화, 탤런트들에 대한 풍자나 우리시대의 화려한 욕망을 상징하는 압구정동에 대한 직설적인 패로디가 줄어들었다. 세번째 시집 「세상의 모든 저녁」에서부터 엿보인 서정성이 강해지면서, 「추억」을 매개로 어린날 겪었던 문화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세운상가 키드, 종로 3가와 청계천의/아황산가스가 팔 할의 나를 키웠다」는 시인의 사춘기는 서울에서 자란 30대가 그러하듯이 린제이 와그너등 이방의 여배우들과 일제 전자제품, 후미진 다락방마다 돌아가던 에로티카 문화영화로 남아 있는 세월이었다. 그는 이번 시집과 한 짝이라해도 좋을 산문집에서도 『무수한 유행가의 기표들과 이소룡을 한 시절 삶의 기호로 택했던 푸른 영혼들은 아침의 태양에 대한 기억으로 오후 태양빛의 밝기를 가늠하며 생이 저물어가는 쪽으로 천천히 흘러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 작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라는 서문처럼 그와 동시대인을 둘러싸고 있던 대중문화를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진지한 태도로 바라보고 싶어 한다. 「난, 이미지의 노예야…/그리움이, 더 이상 삶의 에너지가 아니길 바라」(「재즈 1」)는 읊조림도 그래서 나온 말일 터이다. 문학선에는 그가 쓴 시나리오 두 편, 평론 및 대담, 영화에세이, 자선 시가 한데 실려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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