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저항력 “탄탄” 금리 11%대 재 진입/증시도 하락 미미… 대선자금 추이 변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파문의 가공할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은 예상밖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대그룹총수의 위법사실 확인등 재계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번주 들어서도 이같은 사정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정치변수를 걸러낼만큼 자금시장 내부의 저항력이 강해진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중 자금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의 경우 비자금소용돌이 속에서도 지난 1일 20개월여만에 11%대에 재진입하는등 탄탄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도 11%대로 동반 하락,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4일 채권시장에서 회사채수익률이 다시 12.0%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이는 비자금파문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단기하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리의 안정은 풍부한 시중 자금사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나 증설을 꺼리면서 자금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을 보이고 있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등이 금리하락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이달중으로 5조5,400억원의 자금을 새로 공급할 방침이어서 시중 자금시장의 안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자금시장의 기조가 정치변수가 아닌 경제변수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대목이다. 동서증권 최정식 채권담당이사는 『자금의 선순환구조를 보이고 있는 지금의 시중자금사정을 감안하면 금리는 비자금파문과 무관하게 제갈길을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걱정이 되는 곳은 주식시장. 비자금의 실체가 처음 확인된 지난달 23일 주가는 23포인트가량 폭락했다. 주식시장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바로 다음날 하루만에 하락폭을 대부분 회복하는 저력을 발휘, 이같은 우려를 씻었다. 주식시장은 이후 비자금파문의 수사방향에 따라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비자금문제가 처음 불거져나온 지난달 19일(1,000.22)에 비하면 4일 주가(989.97)는 10포인트정도 빠졌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하락폭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증시관계자들 사이에는 재계에 대한 검찰수사가 그룹총수의 구속등 최악의 코스를 밟는다 해도 그 충격은 개별기업으로 국한될뿐 대세의 흐름을 돌려놓지는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오히려 증시관계자들은 실세금리의 하락과 금융소득 종합과세실시에 따른 시중자금의 증시유입등으로 주식시장이 11월 중순께부터 본격적인 상승흐름을 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변수우위론」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 관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잠복해있다. 비자금파문의 마지막 뇌관으로 작용하게 될 대선자금공개문제가 언제 어떤 식으로 터져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재계를 겨누고 있는 검찰수사의 칼날이 예상과는 달리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비자금파문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시관계자들은 비자금파문의 장기화로 가뜩이나 투자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일반투자자들이 증시를 급속도로 이탈하지는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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