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기술력 따라 판도 재편될 듯/집값 상승·청약예금 처리등 문제정부의 아파트분양가 자율화방침을 계기로 주택시장에 일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업체별로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주택이 등장하고, 자금력과 기술력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또 수요자들도 취향에 따라 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주택가격상승으로 인한 경제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점증하고 있다.
4일 주택업계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택업체들은 분양가자율화가 실시되면 「수준 높고 차별화한 주택」공급이 생존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신공법개발, 새로운 방식의 설계및 단지배치, 마감재개발등을 통해 차세대상품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분양가자율화에 대비해 온 현대건설은 가변형벽체시스템을 도입, 입주자들이 자유자재로 내부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하고 가변형벽체를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은 평형별로 수십개의 설계도를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삼성건설은 독신 신혼 중년 장년등 각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일치하는 주택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컴퓨터시뮬레이션까지 동원해 수요자들이 취향에 맞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다품종 소량건설전략을 마련하는등 업체들의 자율화시장 선점경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이처럼 분양가자율화로 업체들의 차세대 주택개발경쟁이 가열되면서 소득과 취향에 따라 다변화한 주택문화가 꽃피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국토개발연구원 고철 주택연구실장은 『업체들은 그동안 분양가 규제로 대량생산된 획일적인 아파트를 공급할 수 밖에 없었고 수요자는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며 『분양가자율화로 부실공사와 내부구조불법변경등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양가자율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이에 못지 않다. 주택전문가들은 우선 분양가가 자율화하면 지명도 있는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자금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업체간 경쟁도 무한대로 펼쳐져 상당수 중소업체들은 도태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분양가자율화가 적용된 주택의 분양가는 기존 분양가보다 높아질 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가격도 함께 상승하게 돼 주택시장이 혼란을 겪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기존의 분양가로 주택 구입을 기다리고 있는 240만 주택청약및 예금가입자들에 대한 처리는 자칫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감안, 상황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및 수도권지역의 분양가자율화는 97년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자율화의 전국확대실시 전까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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