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전 번역소개… 어른·아이 모두 친근감「종이배」를 지은 타고르(1861∼1941)는 동양의 시성이라 불리는 인도시인으로, 15세때 첫 시집을 냈고 시집 「기탄잘리」(1912년)로 1913년에 동양사람으로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탔다. 그의 시집 「초승달」은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쉬운 시만을 모은 것인데 뜻이 깊고 그윽하고 꿈이 가득찬 종교시들이다. 「종이배」는 1933년에 나온 우리나라 첫 동시집인 나의 「잃어버린 댕기」에 실었던 것으로, 영문판을 한 동네에 사시던 춘원 이광수 댁에서 빌려다가 우리 말로 옮겨 실었었다.
날마다 접어서 물에 띄워 보내는 종이배는 흐르고 흘러서 어디로 떠내려 가는 것일까? 이름이랑 사는 데랑 적어 놓았으니, 그걸 건져 보고서 어디 사는 누군지를 알 터인데, 왜 아무 답장이 없을까? 소식을 안 전해도 일 없지. 실어 보낸 아침 꽃이 밤동안에 잘 가 닿아서 새벽에 활짝 피면, 종이배 임자 대신 정다운 동무가 되어 줄 테니까….
그런데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배가 둥둥 떠가고 있지 않은가! 하늘나라에도 종이배 임자 또래의 아이가 살고 있나 보지? 밤이 되면 둥실둥실 떠가는 종이배에 잠바구니를 든 잠의 선녀가 타고 있어 잠이 깊이 들었나 보지?
종이배, 구름배로 잠의 선녀와 아기는 즐겁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잠의 선녀는 왜 밤마다 나타나서 즐거운 꿈을 꾸게 해 줄까? 잠든 동안까지도 아기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겠지. 꿈자리가 사나우면 자다가도 발버둥을 치게 되니까 마음 턱 놓고 자라고 그러는 거겠지.
우리네는 어른시와 아이시를 갈라놓지만 타고르의 시에는 나이의 경계선이 없어서 어른이든 아이든, 자기만큼 느끼고 자기만큼 깨달으면 되는 것이다. 타고르의 종이배만 하더라도 그 느낌이 읽는 이마다 다 다르겠으므로 성인시니 아동시니 하면서 갈라놓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인도가 낳은 큰 시인 타고르는 고맙게도 어른은 아이마음으로 돌아가고, 아이는 어른세상을 내다보면서 그의 시와 사귀게 해주었다. 현세에 공덕을 쌓아 내세의 행복을 꿈꾸는 인도주의를 바탕삼은 시며 소설이며 희곡을 끊임없이 지어낸 타고르는 거리에 나와 불의와 싸운 애국투사이기도 했다. 8·15 전에 침략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피투성이가 되어 싸운 우리 겨레에 찬양과 격려의 뜨거운 시를 지어 보내준 적도 있는 그를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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