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앞둔 시점 비자금파문 증폭/전면 「헤쳐모여」 가능성은 희박6공 비자금파문 이후 정계에서 일고 있는 가장 큰 논란은 정계개편여부이다.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얘기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설의 핵심은 정계 「개편」이라기 보다는 정계재편 또는 세력재편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과거 3당합당처럼 기존 정파의 울타리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헤쳐 모여」수준보다는 기존 정당체제 골격을 유지하면서 세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가에 나돌고 있는 정계재편 논의는 크게 보아 세대교체를 주조로 하는 것과 이념과 노선을 구분으로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한 정계재편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국민회의가 민자당과 민주당을 겨냥해 집중제기하고 있다.
이 설에서 주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은 개혁세력을 자처하는 민자당내 민주계와 일부 민주당의 개혁그룹인사, 정개련 등이다. 이는 민자당내 구여권출신 및 야권의 구세대인사들을 배제하고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들끼리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해 다음 총선을 치른다는 것이 골자이다. 『차제에 아예 민자당간판을 내리고 대대적인 당정개편등을 통해 여권의 역학구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또 여기에는 구세대정치인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김대중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자민련총재에 대한 흠집내기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르고 있다. 한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권내 소장개혁세력들이 여권핵심부의 「5·6공과의 타협」분위기에 반발, 일부러 민주당과 물밑접촉을 갖고 이번 파문을 유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 때문에 국민회의는 『여권이 이번 파문을 「특정인」음해와 인위적인 세대교체에 악용하려고 한다』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민자당 민주계와 민주당 개혁세력, 정개련측이 최근 잇따라 만나 구체적으로 정계재편논의를 하고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이념과 노선에 의한 정치권 재편문제는 「보수원류」임을 자처하는 자민련측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자민련총재는 지난달 국회대표연설에서 『정치인들도 이제는 이념과 노선을 확실히 정립해 정치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곳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가에서는 김총재의 이같은 언급을 민자당내 보수인사들의 영입을 노린 단순한 자민련의 세확장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정계개편 여부 각당 촉각곤두/민자당회의적 시각속 계파따라 입장차/국민회의「DJ 죽이기」로 인식 민감한 반응/민주당쏠리는 시선 벗으려 여에도 맹공/자민련“실현성 희박” 인위적 개편에 반대
비자금 파문과 함께 정가에 정계개편설이 끈질기게 유포되자 각정당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실현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치권은 대체로 현 시점에서 정계개편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과거 5공청산직후 3당합당이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정국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우선 민자당은 민주계일각에서 제기되는 정계개편 또는 당체제개편 주장에 힘을 싣지않고 있다. 그러나 당지도부의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 상당수 의원들은 개편설이 계속 고개를 들자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있다.
대부분 민주계 의원들도 대대적 개편의 실현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구여권세력을 배제한 정계개편을 할 경우 총선은 더욱 어렵게 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비자금파문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씻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또한 수도권지역에 개혁성향의 인물을 개별적으로 영입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정계개편론이 사실상 김대중총재를 겨냥하고 있다는 인식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세대교체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계개편론은 「DJ죽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특히 개편론의 한 당사자인 민주당이 김총재를 집중 공격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여권이 기본적으로 비자금파문의 확대를 원하고있지 않다는 판단아래 정계개편설도 야권의 두김씨를 흔들어보려는 애드벌룬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바꿔말해 여권이 정계개편 논의속에 3김청산과 세대교체 주장을 뒤섞어 김총재의 위상약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개편론이 자신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면서 민자당과 국민회의를 동시에 공격함으로써 오해를 벗으려 시도하고있다. 이부영 의원은 4일 『민자당은 비자금파문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 국민회의는 김대중총재의 20억원 수수사실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계개편론을 흘리고있다』고 비난했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주초에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을 열어 『작위적 재편은 있을수 없다』는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할 방침이다.
자민련은 시나리오에 의한 인위적 정계개편은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실현성도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구창림대변인은 『정치권의 신진대사는 선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한다』면서 『정계개편론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몇몇 초현실주의자의 망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정광철·김광덕 기자>정광철·김광덕>
◎유력한 개편카드/민자 울타리내 민주당·정개련 개혁파 수혈
6공비자금 파문이 과연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유발할수 있을까. 정계재편이 이뤄진다면 어떤 모습이 가장 유력할까. 이 물음의 답은 아무래도 비자금정국 운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권핵심부쪽에서 찾아야할 것같다.
우선 명확히 해야 할 문제는 여권핵심부가 야권의 주장대로 정계재편의 의지를 갖고있느냐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의도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기대는 하고 있을 것』이라는게 주류이다.
총선전에 그려볼 수 있는 정계재편 그림은 「민자당의 울타리를 지키면서 개혁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진인사들을 수혈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민주계와 가까운 일부 정개련인사와 민주당내 소수 재야출신 인사들이 여권에 합류할 수 있는 인물들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정계재편의 폭을 좁게 보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이 임박해 시간적으로 새살림을 꾸릴 여유가 없는데다 여권과의 연합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민주당인사들조차 회의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또 야권이 「정계재편 음모설」을 부단히 제기하는 것도 재편론의 발걸음을 제약하고 있다.
반면 여권의 태도로 볼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과거 민주화세력이 합치는 이른바 「민주 대연합」구도도 완전히 「꺼진 불」로만 보기 어렵다.
하지만 여야 모두 현재의 4당구도를 매우 불안정하게 보고있어 총선을 치르면서 정치권의 지각을 흔들 잠재력은 한층 축적될 것으로 봐야할 것같다.
◎청와대 “개편이라니…” 펄쩍/“이번 파문 여에 더 부담” 의도설 강력부인/“화합기류속 총선” 56공 배제설도 일축
청와대는 이번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당안팎에 돌고 있는 인위적 세대교체론, 물갈이론, 6공단절론등 각종 정계개편론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특히 노태우씨의 비자금 은닉사실을 박계동 의원이 공개하게 된 것이 여권핵심부의 사전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처럼 공작적 사고방식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느냐』며 펄쩍 뛰고 있다.
이번 사건의 처리문제가 김영삼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소문이 나도는 것을 보면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김대통령이 뉴욕에서 유엔연설을 하러 떠나기 직전 이현우 전 경호실장의 검찰출두사실을 보고받고 전화를 던질 정도로 화를 냈던 것으로 보아 사전 시나리오설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당내 일각에서조차 정계개편론의 주장이 제기된 것에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더이상의 확산을 막을 필요를 느꼈던 것같다. 지난달 31일 김대통령이 민자당 당직자들과의 조찬간담회 석상에서 『5,6공 인사들도 다같이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이번 사건을 노씨 개인차원의 비리로 국한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도 『그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김대통령이 분명히 정리한 바 있다』면서 『당일각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든 내년 총선을 화합의 기조에서 치르겠다는 김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 6공말기에 끼어들기는 했지만 엄격히 보면 우리도 6공에 포함된다』면서 『따라서 민자당 내에서 6공단절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배척하려는 것은 6공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정치행태』라면서 『군사정부하에서 배태된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털어버리자는 것을 모두 5,6공배척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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