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병중 “국정권한 체르노미르딘에 이양” 발표에 관심집중/사실상 「권력유고」… 측근 “아직 건재” 주장도심장질환으로 입원중인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64)이 3일 국정에 대한 주요권한을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에게 이양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모스크바 정가에서는 옐친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12월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체르노미르딘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것은 옐친이 「권력유고」를 시인한 것으로 권력의 구심점이 체르노미르딘으로 옮겨 간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때문이다.
이 조치는 체르노미르딘총리를 내세워 현행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업무처리는 물론 12월 총선과 내년 6월 대선까지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인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관측통들은 이같은 조치는 옐친의 건강상태로 볼때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은 물론 내년 6월의 대선출마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있다.
벌써 2차례에 걸쳐 발병한 옐친의 심장병이 회복된다하더라도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처리에 그칠 수 밖에 없고 특히 내년 6월의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그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옐친은 또 체첸사태를 처리하면서 보여준 우유부단함때문에 종전의 카리스마를 상실, 대통령선거에 나오더라도 과거처럼 대대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지는 미지수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체첸사태처리의 실무를 지휘했던 체르노미르딘총리의 성실성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있다.
미국도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대변인을 내세워 『우리는 이미 체르노미르딘 총리와 매우 적극적인 실무관계를 구축하고있다』고 발표, 미국이 크렘린의 대세 흐름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이미 벌이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체르노미르딘총리의 부상을 가시돋친 눈으로 보고있는 옐친의 측근들은 『옐친은 아직 건강하다』며 『체르노미르딘에게 어떠한 권한도 넘겨주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반발하고있다. 이같은 혼돈은 옐친의 「권력유고」가 러시아정계의 안개정국을 예고하고 있는 증좌로 풀이된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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