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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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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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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 그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였던 것같다. 낮에는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서기장과 북방외교를 개척했던 대통령이었고 밤에는 청와대 안가에서 재벌그룹총수로부터 「성금」을 긁어들였던 수금자였다. 수금총액 5천억원, 잔금 1천8백57억원. 천문학적 숫자다. 그의 이중성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같다. 온 나라가 그 풀이에 머리가 터진다. ◆역사의 현장에서도 물구나무선 그의 가치관은 바로서기를 거부한다. 국민에게 사과한다면서 눈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국민에게 죄상을 모두 고백하고 석고대죄해야 하는데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구실 아래 핵심문제인 어느 재벌한테 얼마를 받았는지, 어느 대선후보에게 얼마를 주었는지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는 침묵을 생명으로 생각하는 것같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에게서 구원을 찾는 것같다. 그의 잘못된 애국관과 침묵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같다. 역시 그의 시계는 영이다. 국민의 납득, 이것 없이는 김대통령도 길이 없다. 그는 이 순간에도 국민을 핫바지로 아는가보다. ◆아직 시간은 늦지 않다. 그러나 빨리 지나간다. 그는 그 「못난 노태우」를 누가 대통령으로 뽑아 줬는지 통찰해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누구 앞에서 선언했던 대통령취임선서인가. 「국민의 배신자」로 천추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비자금 타결은 국민의 손에 있다. 조작없는 사법처리에 있다. 국기가 걸려 있다. 중국의 성현공자는 말했다. 획죄어천이면 무소도야니라(죄를 하늘에 지게 되면 빌곳이 없다). 그러나 그는 길을 가르쳐줬다. 생즉사요 사즉생이다(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이제 선택은 그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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