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위스계좌 환수 해법/송태권 파리 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위스계좌 환수 해법/송태권 파리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5.11.04 00:00
0 0

노태우 전대통령의 검은 돈중 일부가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감춰져 있다면 그것을 환수하는 가장 손쉬운 지름길은 예금주인 그 스스로 예금을 인출해 국가에 반납하는 방법이다. 정부당국등 제 3자가 나서 비밀계좌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고 설령 가능성이 있더라도 많은 시간과 힘을 소모해야 하는 것이 스위스의 제도적 현실이자 풍토이기 때문이다.지난 수십년간 세계의 많은 정부들이 자국 부패 독재자들의 스위스 계좌 예금을 환수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왔다. 스위스 정부에 호소하고 떼도 쓰고 압력도 넣어봤다.

그러나 이중 소기의 성과를 거둔 예는 극소수다. 필리핀은 마르코스를 쫓아내고 말라카냥궁의 비밀금고에서 요행히 비밀문건을 발견한 덕분에 스위스를 상대로 정식교섭이 가능했다. 미국은 스위스 정부와 맺어둔 사법 공조협정을 통해 파마나 독재자 노리에가의 마약자금을 동결시킬 수 있었다.

이 두 건의 성공사례는 각각의 시사점이 있다. 필리핀처럼 물증을 확보하거나 미국같이 강력한 국력이 뒷받침된 상호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마저 검은 돈의 완전한 환수에는 한계가 있다. 필리핀은 10년에 걸쳐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으나 15억달러로 추정되는 비자금중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게 됐고 미국은 겨우 계좌 동결만 성사시켰을 뿐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로서 이 두 가지 「무기」 중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간단 명료한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노씨의 신병이다. 앞서 다른 나라들은 독재자가 해외로 도주하거나 세상을 떴지만 우리는 장본인이 버젓이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가 자발적으로 돈을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

노씨 자신도 대국민 사과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최소한이나마 사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스위스 베른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