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직대통령들은 대부분 그 말로가 비참했다. 해외로 망명했다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숨을 거둔 지도자도 있고 심복부하의 총탄에 쓰러진 대통령도 있다. 정권욕에 사로잡힌 군부의 압력에 소신없이 끌려다니다가 퇴임후에는 두문불출 칩거상태로 지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산사의 은둔생활을 하고 돌아온 희귀한 예도 있다.지금 초대형 권력형 비리의 주역으로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노태우전대통령 역시 불행한 전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특히 그는 다른 전직대통령과는 달리 재임시 막대한 부정축재를 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원성이 대단하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계속 전직대통령으로 예우해야 하는가. 민심은 그에게 돌팔매질을 한지 이미 오래됐다.
지금 국회에서는 관계법에 따라 정부가 노전대통령에게 베풀어온 예우를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을 아예 폐지하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을 지냈다 하더라도 퇴임하고 나면 일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데 무슨 특별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전직대통령들 중에 국민으로부터 존경보다는 지탄을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우리도 훌륭한 전직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볼 때 있는 법을 굳이 없애버릴 것까지는 없다.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나 물러난 뒤에도 국민의 박수를 받을 만큼 도덕성에서 깨끗하고 국정운영능력도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와 노력에 대해 보답하는 뜻으로도 예우를 해줄 만하다.
다만 범법행위를 했을 경우에 한해 예우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을 고치는 것은 좋다고 본다. 아무리 대통령을 지냈다 하더라도 죄를 지은 것까지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예우를 베푸는 조항만 있지 박탈하는 조항이 없다.
1969년 처음 제정되어 81년과 88년 두차례에 걸쳐 개정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노전대통령은 한달에 연금 판공비로 모두 1천2백만원 가량의 돈을 받고 있다. 이외에 유급 비서관 3명, 경호인력이 지원되고 있다. 배우자와 자녀들도 필요하면 경호 경비를 받을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생존시 받았던 연금의 70%를 지급하며 배우자까지 사망하면 유자녀에게 지급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법 개정 때마다 폭을 넓혀 왔는데 과잉 예우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범법자에 대한 예우를 박탈하는 조항을 넣을 때 재론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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