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체험담빌려 불사회 진단19세기 프랑스에서 판화가, 삽화가로 유명했던 그랑빌의 우화소설. 인간으로부터 온갖 박해와 수모를 받던 전세계 동물이 대책 마련을 위해 파리에 모였다. 구구한 논의 끝에 동물공화국을 세우자는 이상론이 나오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합의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체험담을 책으로 내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작가는 그 기록의 형식을 빌려 인간의 삶과 당시 프랑스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살피고 있다.
프랑스혁명의 와중에 귀족과 평민의 삶을 두루 체험한 산토끼 이야기, 참새들이 「어떻게, 어떤 정부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개미 꿀벌 늑대의 사회생활을 조사하러 나서는 이야기등에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프랑스의 사회상이 반영돼 있다. 「선, 악」등 철학적 문제를 끊임없이 명상하는 펭귄, 사진의 모습이 자신의 위엄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왕으로부터 박해받는 원숭이사진사 토파즈 이야기등에는 시민사회 형성기의 철학적 문제, 과학과 제도의 충돌이 묘사돼 있다. 원제 「동물들의 공생활과 사생활」(1842년작). 일급 정치풍자 만화가로 활동한 작가가 정교한 필치로 그린 동물그림이 볼만하다. 전문번역모임 햇살과 나무꾼이 옮겼다. 실천문학사간·7,800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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