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라 성애소설부터 폰섹스까지 망라/“문학성 없는 작품 독자유혹” 강한 비판불황탓인가. 에로문학번역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판계 내부의 자체정화기능이 미약하고 출판경향이 분방해지면서 「황색소설」 「금서」 「외설논쟁」 「출판거부」 「무삭제완역」등 자극적인 수식어를 붙이고 독자들을 유혹하는 책이 많아졌다. 「치명적 사랑」(민음사) 「릴리안」(새론문화사) 「복스」(문학세계사) 「옥보단」(백양출판사) 「금지된 본능」(시인과촌장) 「돈쥬앙」(보람) 「르네의 여인」(신라원)등이 최근 출판된 책들이다.
소재는 400년전 원나라시절의 성애소설에서부터 최근의 폰 섹스까지 다양하다. 이중 「옥보단」은 중국 3대 성애소설의 하나. 400년간 내려온 금서로 미 펜트하우스에 4개월간 연재된 것을 무삭제·완역했다.
원나라때 시, 서화에 능했던 호색가 미앙생이 주인공이며 주로 성(Sex)과 선(Zen)을 관능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현재 같은 제목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복스(Vox)」는 폰 섹스를 다룬 니컬슨 베이커의 소설. 미국의 동부와 서부수천 떨어진 곳에 사는 남녀의 전화통화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미국에서 거대산업의 하나로 자리잡은 폰섹스 서비스를 통해 소설속의 남녀는 상대방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채 전화선 속의 목소리(Vox)를 통해 상상력과 말초적 감각을 곤두세우며 상대방의 삶과 육체를 탐닉한다.
노르웨이 소설 「릴리안」은 10대소녀가 고교졸업을 전후한 시기에 겪은 섹스체험이 줄거리. 67년 발표당시 파격적인 성묘사로 고발당해 「성적 허무주의」라는 죄목으로 벌금형과 함께 판매금지조치를 당했다. 성의학전문의, 여자친구, 여행중 만난 남자들과의 섹스경험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데 첫 장부터 끝장까지 포르노영화에 버금가는 노골적 묘사로 일관하고 있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치명적 사랑」은 1860년대 작품으로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센세이셔널하다는 이유로 출간이 거부됐다가 130년만에 빛을 보자마자 번역됐다.
주인공 로자몬드가 남편의 성적 노리개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혼을 요구, 자식의 양육권까지 차지하는 장면은 청교도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당시 미국사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이밖에 「그것」(베틀) 「해결사」(낙원사) 「에로스 플러스」(시몬) 「체험」(문학관) 「소녀방내경」(향실) 「클리쉬의 고요한 나날」(여아)등 20여종이 나와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불황의 타개책이긴 하겠지만 문학성이 결여된 외국 에로작품을 찾아내 번역 출판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하며 『독자들이 외면하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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