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좌 추적에 기대… 공식논평은 일단 자제/“열흘후면 윤곽드러날것” 수사 상당진척 시사노태우 전대통령이 검찰조사에서 부인과 함구로 일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크게 실망하는 표정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31일 수석비서관들과의 오찬에서 『이제는 국정전반을 챙겨야할 때이지 이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며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함에 따라 여전히 청와대는 공식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씨가 자기 혼자 살려고 비리관계라는 것은 발빼고 싶어하겠지만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의 태도라고 보기는 석연치 않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또 『검찰을 믿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검찰이 발끈했으니 이제부터는 타협적 수사자세에서 대결적 수사자세로 바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씨의 비협조가 계속될 경우 검찰수사가 당초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노씨가 돈을 준 사람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으니 계좌추적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인들도 뇌물성 자금이라는게 드러나면 처벌받을테니 철저히 오리발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결국 어떤 성격의 돈을 받았는가를 규명해야 사법처리의 수준이 결정될텐데 계좌추적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고 말하면서도 『열흘 정도만 기다리면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돼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측은 특히 노씨가 아직까지도 1천8백억원이 넘는 돈에 대해 정치자금이라고 강변했다는 대목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수석비서관은 『정치자금이라는게 집사고 땅사고 모아두라고 준 돈이 아니다』라며 『1천7백억원이 넘는 돈을 숨겨두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상식과 양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돈을 받은 대통령이나 돈을 준 기업인이나 할 것없이 돈을 주고받는 행위를 죄가 된다고 생각지 않았다』며 『김대통령이 지난 2년8개월동안 갖은 비판을 받아가면서 해온 것도 바로 이같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직대통령이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는 것도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진통중 하나』라며 『정치권 전체가 새롭게 거듭난다는 각오로 자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