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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한 답변(사설)

입력
199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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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이 검찰조사에서 답변하는 자세는 국가의 최고공직을 지낸 사람답지 않다. 국민은 지극히 불성실하고 무책임하고 이중적인 답변에 또 한차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노전대통령은 도대체 언제까지 진실을 은폐한채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같은 부인과 회피만으로는 결코 자신이 저지른 범법행위가 면책도 또 용서될 수도 없으며 국민은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검찰이 전하는 그의 답변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불법적인 비자금―검은 돈의 조성경위에 대해 「기억이 없다」 「모르겠다」 「말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불성실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은 재임중에 있은 국가적인 모든 일에 대해 당연히 포괄적이고 무한책임을 지는 것임에도 자신이 의도적으로 끌어모은 검은 돈의 경위를 「모르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요 무책임한 태도다.

특히 「기억이 안난다」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밝힌 5천억원이 땅에서 솟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또 돈을 준 기업명단에 관해 「경제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밝힐 수 없다」고 한 것은 말도 안된다. 스스로가 뇌물이 아니며 자발적으로 낸 「성금」이라고 했으면서도 「경제적 혼란」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며 성금이 아니라 강압에 의하거나 이권·특혜와 바꾼 뇌물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르겠다」고 변명하고 외면한 것은 대 국민성명에서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검은 돈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에 대해 「기억 안난다」고 발뺌한 것도 한심한 태도다. 더구나 여야의 대통령선거자금지원여부에 대해 「국가의 불행을 막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밝힐 수 없다」고 한 것 역시 국민과 역사를 무시하는 자세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노전대통령에게 착각과 오산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해 두고자 한다. 첫째 그같은 버티기작전으로 설사 수사가 장기화된다고해도 국민감정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며 또 변명과 함구로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범죄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선거자금에 대해 입다문다고 해서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 어떤 「면책과 구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전대통령은 이러한 착각을 거두고 분노하고 있는 국민의 감정과 뜻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거짓말과 거짓사과를 듣고 싶지 않다. 노전대통령은 전직 최고의 공인답게 하루빨리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 국민을 일정기간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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