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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윈 윙클러 감독 「네트」(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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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윈 윙클러 감독 「네트」(영화평)

입력
199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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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무대에 여성의 모험 접목/영웅 혼자서 사건해결/「할리우드공식」 되풀이하이테크와 서스펜스와 여성이 만난다. 영화 「네트」(감독 어윈 윙클러)는 샌드라 블록이 인터넷이라는 유토피아에서 네트, 즉 올가미에 걸려드는 이야기이다.

「네트」는 90년대 여성 관객의 새로운 욕망을 잘 포착하고 있다. 샌드라 블록은 「T 2」의 린다 해밀턴이나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등 강인한 근육질의 여성이 보여준 활동성을 계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쥬라기 공원」에서 해커로 나왔던 꼬마 소녀처럼 뉴미디어를 능란하게 다룬다.

여성과 하이테크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이제껏 여성과 기술을 매우 적대적인 관계로, 말하자면 여자는 전구도 갈아 끼울 줄 모른다는 식으로 재현해 왔던 영화들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기술에 관한 이야기로 일관하지는 않는다.

인터넷 세계가 열어준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서 주인공 안젤라(샌드라 블록 분)는 자신의 이상형의 남자를 고백하기도 하고, 현실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려 딸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에게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멜로적 요소도 들어 있는 영화이다.

안젤라는 대학졸업 후 집에 컴퓨터 한 대를 놓고 디스켓 바이러스 퇴치 전문가로 일하는 여성이다. 저녁용 피자는 컴퓨터로 주문하고, 종일 재택근무를 하며 온라인으로만 세상과 만난다. 어느날 우연히 국가 기밀문서가 담긴 디스켓이 날아들면서 신종 인터넷 범죄에 휘말린다.

인터넷에서 털어놓은 이야기가 그녀의 사회적 존재를 말소하는데 사용돼 기록상으로 그녀는 죽은 것과 다름없게 된다. 신원명세가 컴퓨터 파일에서 지워진 후 매춘과 전과가 있는 다른 여자의 것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안젤라와 컴퓨터 마피아의 싸움으로 치닫는다.

조지 오웰 식의 공포에 사로잡혀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경악을 드러내는 이 영화는 영웅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할리우드의 공식을 되풀이한다. 영웅이 여성으로 대치되지만 큰 줄기는 변함이 없다. 대상이 공장기계에서 컴퓨터로 바뀌었을 뿐,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포와 경악 역시 19세기부터 계속된 기술 비관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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