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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검찰소환­연희동·대검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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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검찰소환­연희동·대검표정

입력
199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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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일관… 자정 넘긴채 「마라톤 신문」/수뇌부 숙의 철야대비 지시도/점심 연희동 준비·저녁 꼬리곰탕/수사진 예우차원 「노 대통령」 호칭/출두때 기자질문에 “국민에 죄송”가장 긴 하루였다. 1일 상오 10시께부터 대검 특수조사실 1113호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한 노태우전대통령은 자정을 넘긴 2일 새벽까지 진행된 철야조사에 지친듯 초췌한 표정으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찬바람이 부는 대검청사를 나서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노씨가 계속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진술까지 거부, 만족할 만한 소득은 얻지 못한 표정이었다.

▷노씨 조사및 귀가◁

○…2일 새벽 2시20분께 대검청사 회전문을 나선 노씨는 장시간 조사탓에 몸이 휘청거릴 만큼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노씨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러움 금할 길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노씨는 이어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승용차에 올랐으나 타자마자 미리 앉아있던 최석립 전 경호실장쪽으로 쓰러졌다. 노씨 승용차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황급히 청사를 빠져나갔으나 노씨는 연희동사저에 도착할 때까지 몸을 바로 세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검청사를 떠난 노씨는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서울교대 방향으로 선회한 뒤 반포대교―이태원 지하차도―남산 3호터널―광화문―금화터널 코스로 17분만인 새벽 2시37분 연희동 사저에 도착했다. 노씨는 한동안 승용차에서 내리지 못하다 경호원에 업힌 채 집내부와 연결된 출입문을 이용해 들어갔다. 밤새워 집안에서 기다리던 부인 김옥숙씨와 아들 재헌씨 부부, 딸 소영씨 등 가족들은 울먹이며 노씨를 맞이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연희동측은 새벽 2시55분께 최규완 박사를 긴급호출, 노씨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당초 저녁께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노씨 조사는 노씨가 검찰의 혐의사실 추궁에 대부분 부인이나 진술기피로 일관, 난항을 겪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하오11시께는 안강민 중수부장이 최명선 대검차장과 함께 김기수 총장에게 불려가 20여분간 대책을 숙의하는등 검찰수뇌부가 분주히 움직였다. 최차장은 김총장실에 다녀온 후 직원들에게 철야조사 대비 지시를 내렸으며 대검연구관들도 중수부장실에 모여 수사상황을 점검해 노씨수사에 강한 난기류가 감지됐다.

김총장은 1일 밤 12시께 퇴근하면서 『수사가 잘 진행되느냐』는 보도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 이날 수사가 검찰예상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서 이뤄졌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노씨에게 꼬리곰탕을 저녁으로 제공했으나 노씨는 별로 들지 않았으며 연희동 자택에서 들여보낸 죽도 목이 아프다며 역시 조금밖에 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씨가 검사들의 신문에 부인과 진술회피로 일관한데 대해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답지 않다』며 몹시 분개하는 분위기였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노씨가 사실을 털어놓는 것을 기대하기는 이미 틀렸다』며 『이제 수사방법을 바꿔 먼저 기업체를 조사, 꼼짝못할 증거를 확보한 뒤 노씨를 정면추궁하는 정공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흥분했다. 이 관계자는 『비자금사건이 터진 뒤 처음에는 당국에 수사까지 요청할 정도로 모른다고 했다가 뒤늦게 대국민사과를 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수사결과에 따라 몇번이라도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의 조사에서 확보한 대기업 회장들의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질문공세를 폈으나 노씨는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기업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교묘히 추궁을 피해간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검찰주변에서는 노씨가 검찰출두에 앞서 답변요령 등에 관해 상당한 정도의 법률자문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저출발 및 대검도착◁

노씨는 상오9시44분 서초동 대검청사에 도착, 상오9시47분께부터 13분간 7층 중수부장실에서 안중수부장, 이정수 수사기획관등과 함께 대추차를 들며 환담한 뒤 11층 특수조사실로 직행했다. 상오10시3분 노씨가 이기획관의 안내로 1113호 특수조사실로 올라오자 대기중이던 문영호 중수2과장, 김진태 대검연구관, 입회계장등이 노씨에게 깍듯이 인사했으며 신문에 앞서 10여분간 날씨등을 화제삼아 환담했다.

수사진은 수사를 시작하며 전직 대통령 예우차원에서 노씨를 「노대통령」으로 호칭했다.

○…노씨는 상오9시24분께 연희동 사저를 떠나 20분만인 상오9시44분께 서초동 대검청사 현관에 도착했다. 서울2프2979호 검정색 그랜저승용차에서 내린 노씨는 감색 싱글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으며 침통한 표정이었다.

카메라플래시 세례속에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현관 회전문앞에 다가선 노씨는 윤주천 대검사무국장과 민병인 총무과장의 영접을 받았다. 묵묵부답이던 노씨는 로비에 대기중인 기자들이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느냐』고 묻자 잠시 멈춰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답한 뒤 검사장급이상 간부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 7층 중수부장실로 올라갔다.

○…노씨측은 이날 당초 계획된 사직터널∼광화문∼3호터널∼반포대교 코스를 출발 10분전에 변경, 서대문구청∼무악재∼독립문∼용산역∼중경고∼잠수교를 거치는 우회코스를 이용했으며 구간구간마다 경찰 호위차량이 취재차량을 가로막아 언론의 추적을 따돌렸다.

경찰이 도로 교통신호를 수동 조작해 노씨가 대검청사에 이르는 동안 별다른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노씨는 승용차 안에서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고 잠수교부근에 이르자 잠시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이진동·박정철·윤태형·김경화 기자>

◎검찰 향후 수사방향은/범죄혐의 구체입증에 주력/진행따라선 율곡 등 국책사업 다시 도마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1일 검찰에 출두함으로써 숨가쁘게 진행돼온 검찰의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계동 의원의 폭로이후 검찰의 13일간의 수사가 비자금 진상규명과 노씨 소환 조사를 위한 「전초전」이었다면 앞으로의 검찰 수사는 노씨의 사법처리를 위한 「전면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1차 소환 조사가 『노씨의 대답기피로 기대에 못미쳤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따라 검찰은 노씨의 진술과 그간의 계좌추적및 관련자 조사결과를 토대로 노씨의 범죄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향후 수사의 초점은 우선 노씨에게 돈을 준 기업체 총수들의 소환조사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강민 중수부장은 이날 『노씨에 대한 조사 내용중 핵심은 기업체들의 자금제공 경위에 대한 것』이라고 밝혀 곧 재벌총수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노씨가 「성금」을 낸 기업체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간 계좌추적 결과 노씨에게 자금을 준 30여개 기업체를 파악, 이자료를 제시하며 노씨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재벌기업들중 우선 노씨의 수뢰혐의를 확실히 입증할 수 있도록 1백억원대 이상의 특혜성 뇌물을 제공한 재벌총수들을 먼저 소환해 노씨의 사법처리를 위한 큰 틀을 만들고 이후 수억∼수십억원을 제공한 기업체들을 조사해 범죄혐의의 살을 붙이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관련기업 총수들을 전원 소환하되 국가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등을 고려, 자금제공액수와 성격등을 기준으로 「선별처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의 기업체 수사과정에서 6공당시 문제가 됐던 율곡비리등 대형국책사업이 다시 사정의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노씨의 은닉재산 색출과 친인척 비리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칼을 들 것으로 보인다.

안중수부장은 이날 『노씨에게 재산해외도피 여부와 친인척의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것이 있는지 여부등을 그간의 내사자료를 토대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노씨의 비자금뿐 아니라 친인척의 축재과정도 검찰의 수사대상이라는 뜻이어서 검찰의 수사가 노씨 개인의 사법처리에 그치지 않고 5공비리 수사처럼 친인척비리로까지 비화될 전망이다. 또 검찰의 수사리스트 맨 윗자리에 올라있는 이원조씨 등 6공인사들도 정치자금 조성과 관련, 기업체 조사와 맞물려 수사전면에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선자금지원등 자금 사용처와 관련, 『수사의 본류가 아니며 사법처리의 수위를 결정하는 정상참작의 문제』라고 밝혀 규명은 하겠지만 수사 뒷순위로 밀릴 것임을 시사했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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