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천국 홍콩에도 거액 있다”/손님 비밀보장 스위스 못잖게 완벽/노씨 최근 극비방문설 “설득력 더해”/유출의혹액 합산하면 10억불 육박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은닉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점차 「나라밖」으로 쏠리고 있다. 속성상 추적이 어렵고 뒤탈이 없는 재산해외도피는 기업 및 부동산과 함께 유력한 「비자금 3대 은닉처」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비자금 해외유출의혹은 천혜의 검은 돈 집결지로 알려진 스위스에 집중됐었다. 민주당 강창성 의원은 『노씨가 차세대전투기 기종을 F18에서 F16으로 변경하면서 1억4천만달러(약 1천1백20억원)의 커미션을 챙겨 딸 소영씨 명의로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에 예치시켰다.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20만달러도 바로 이 돈의 일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철 의원도 『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과정에서 총 3천6백억원의 커미션이 조성됐고 이중 청와대에 전달된 2백80억원을 뺀 나머지는 스위스은행에 예금됐다』고 주장했다. 야권이 폭로한 이런저런 해외유출 의혹금액을 산술적으로 모두 더하면 무려 10억달러에 달할 정도다.
노씨의 재산도피의혹과 관련, 유력한 「은닉 후보지역」으로 떠오르는 곳이 바로 홍콩이다. 검은 돈의 천국으로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스위스보다는 오히려 홍콩이 숨기기에도 또 관리하기에도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야당에선 『홍콩의 모은행에 노전대통령의 아들 재헌씨 명의로 20억원가량이 예치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홍콩은 세계적 규모의 자본시장을 보유한 아시아금융의 메카. 완벽한 외환자유화로 돈의 국내외 유출입에 관한 한 무제한적 자유가 허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약자금 무기거래대금 폭력조직자금이나 부호 정치인 관료들의 은닉재산등 아시아지역 「검은 돈」의 상당수는 홍콩으로 집결되며 중동·동남아의 흑색자금에 의해 설립된 금융기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금융감독기구가 사법권을 보유할 만큼 돈세탁에 대한 감시체계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까다롭지만 고객비밀 또한 스위스 못지 않게 완벽하게 지켜지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한때 국내 대기업 홍콩지사들의 주요 업무중 하나가 바로 오너들의 자금관리이며 홍콩지사장은 심복들의 자리라는 얘기가 있었다. 워낙 우리나라와 가깝고 사람과 돈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재산은닉처라면 오히려 미국 스위스보다 홍콩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씨 비자금의 「홍콩 도피설」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단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하와이를 방문했던 노씨가 귀국길에 일부 핵심측근 및 친인척들과 함께 홍콩을 「비공식」방문했는데 그 목적은 바로 은닉재산관리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강력하게 나돌고 있다. 또 일부에선 국내진출을 희망하는 외국증권사가 전무하던 6공말 증권사설립을 위해 노씨의 사돈기업인 동방유량측이 「모셔왔던」 외국계 합작파트너(페레그린증권)가 바로 홍콩계라는 사실도 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관리법상 자금유출, 특히 거액의 재산반출은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예 외국서 조성한 커미션이거나 설령 국내자금이라도 노씨의 초법적 지위를 감안하면 오히려 국내은닉보다 용이할 수도 있어 비자금 해외도피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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