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과정 여론추이 지켜보며 결정할듯노태우 전대통령의 구속여부를 놓고 여권내에 논란이 한창이다. 여론을 따르자니 향후정국이 불안하고 신중하게 처리하자니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득실을 이리저리 따져보지만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비자금파문의 초기단계만 해도 여권내에선 강경기류가 대세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전직대통령인데』라며 사법처리에 회의를 표시하던 인사들도 비자금의 액수가 점점 늘어나자 『구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격앙된 비난여론을 염두에 둔 반응이었다. 노씨와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민정계인사들의 의식적인 강경대응도 이런 당내분위기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법처리가 현실적 문제로 다가온 지금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여권은 노씨 처리의 득실을 냉정하게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구속할 경우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불구속의 부담은 무엇인가. 이 문제가 갖는 심각성을 새삼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여권은 구속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연일 엄정한 처리를 강조하며 구속을 시사하고 있지만 여권인사들의 속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선 전직대통령을 구속하는 선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두고두고 정권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이번 일을 노씨의 개인비리로 규정한다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권은 또 여론의 불안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집권초기 김대통령에 대한 90% 이상의 지지를 경험했던 여권으로서는 최근의 저조한 인기도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은 구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언제 동정여론으로 급변할지 자신하기 어렵다. 게다가 동정여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나타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자칫 TK정서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불구속하기도 어렵다. 구속을 요구하는 여론의 강도가 너무 높다. 불구속으로 결정할 경우 야권이 당장 정치적 타결이라며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대선자금등이 두려워 막후협상을 했다는 주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둔 여권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결국 여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최대변수는 여론이다. 여권은 일단 1일의 소환과정을 관망하면서 동정여론의 생성여부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소환과정에서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동정여론이 생기지 않는 한 노씨의 구속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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