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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교도소 개혁싸고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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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교도소 개혁싸고 “시끌시끌”

입력
199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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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가 안식처냐” 예산삭감·중형제 추진에 죄수 잇단 폭동·“교화아닌 전과자 양산” 반론범죄자에게는 무거운 형벌을 내리고 재소자들은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미국 교정제도 개혁움직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일부 보수 언론들은 그동안 전화 컴퓨터 헬스클럽등 각종 편의시설을 구비한 미국의 교도소는 지나치게 호화스럽다고 비난해왔다. 죄지은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하며 교도소가 안식처가 돼서는 안된다는 논리이다.

사실 지난해 미국 전역의 연간 교도소 운영경비는 24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85년의 120억달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학교육에 투자한 예산보다도 더 많았다.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을 범죄자들에게 쏟아부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만한 것이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도 최근 교도소내 편의시설을 줄이는 방안을 「미국과의 계약」에 추가했으며 형벌을 강화한 헌법수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교도소들은 편의시설을 줄이고 있으며 재소자들의 생활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앨라배마주에서는 중죄인들에게 족쇄를 채워 하루 10시간의 중노동을 시키는 등 처벌위주의 관리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월 중순 앨라배마 오클라호마등 5개주 연방교도소에서 잇달아 발생한 폭동사건을 계기로 이에 대한 반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폭동은 크랙 코카인 소지혐의로 과도한 형량을 받았다는 마약사범들이 주도했으나 불만이 누적된 일반 재소자들도 가세,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범죄학자들은 특히 교정 당국이 예산 삭감을 이유로 재소자들에 대한 교육, 여가활동, 재활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고 있는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프린스턴대 존 듀리오 교수는 미국내 최고의 모범교도소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매킨 연방교도소의 예를 들어 재소자들의 교육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교도소 운영경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단언했다.

매킨교도소는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할 만큼 쾌적한 환경으로 유명하며 재소자의 47%가 각종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이는 미국 평균치의 두배가 넘으며 레크리에이션 활동도 미국내에서 가장 활발하다. 그러나 이곳의 재소자 1인당 운영경비는 연간 1만5,000달러로 연방교도소 평균치인 2만1,000달러에 비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또 89년 문을 연 매킨교도소에서는 탈옥과 살인, 자살사건이 전무하고 죄수들끼리의 폭력사건도 1년에 한번꼴인 6건만이 발생했다.

이곳 교도소장인 데니스 루터씨는 폭력과 증오가 지배하던 기존의 「교도소 문화」를 바꾸었기 때문에 이같은 성공이 가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폭력을 제거하면 간수들을 줄일 수 있고, 활발한 여가활동은 재소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켜 의료비절감은 물론 질서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UCLA 제임스 윌슨 교수는 범죄자들의 형량을 강화한 범죄 수정안은 전과자들을 양산, 교도소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죄를 3번 이상 범한 전과자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스리 스트라이크 아웃」은 교도소를 포화상태로 만들고, 이런 상황에서는 재소자들의 교화를 엄두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형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재소자들의 교화에 역점을 두어 재범률을 떨어뜨는 것이 예산절감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가 교도소 건설에 100억달러를 투입, 범죄자들을 모두 교도소에 몰아넣어 사회와 격리시키겠다고 약속한 행위는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에 편승한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몰아붙였다.

교정 행정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재정적자와 범죄만연이라는 미국병의 다른 이름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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