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최소화 방패막이용 볼모삼기 전략/여권선 “받은바 없다” 정면반박 추이관심대선자금에 관한한 노태우 전대통령은 침묵이다. 노씨측이 30일 검찰에 제출한 소명서에도 대선자금의 내역은 들어있지않았다. 김대중총재의 20억원수수 시인에 대해서도 연희동측은 『노전대통령이 전혀 기억나지않는다 하더라』고 말하고있다. 이런 수준의 소명은 국민들의 의구심, 나아가 분노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야당측은 벌써부터 『대선자금의 모든 부분을 공개하라』고 공세를 강화하고있다.
이같은 거센 비난을 모를리없는 노씨가 대선자금부분을 빈칸으로 남겨둔 이유는 무엇일까. 정해창 전비서실장은 『노전대통령이 대국민사과에서 「다른 사람이 다쳐서는 안된다」고 말한 사실을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즉 비자금파문이 대선자금공개로 확대되면서 수습할 수 없는 파장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충심의 발로」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노씨의 대선자금 비공개는 정치적 복선을 깔고있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그리고 그 복선은 『노씨가 마지막 정치적 절충을 염두에 두고 남겨둔 카드』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연희동측이 『파장을 생각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대목도 역으로 해석하면, 『공개하면 정치권 전체가 뒤흔들린다』는 경고메시지에 다름아니다.
특히 노씨 측근들은 수시로 『대선자금 공개가 무슨 자랑거리나 되느냐』며 『대선자금은 사용한 측에서 공개하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고있다. 다분히 『당당하게 대선자금을 공개할 수 있다』는 여권 일각의 자세를 겨냥하고있는 인상이다. 또한 이들 발언의 행간에는 대선자금 공개가 그리 간단치않은 사안이라는 의미도 깔려있다.
이와관련, 여권이 『노씨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은바 없다』고 정면으로 치고나온 것은 다소 의외이다. 비자금파문 초반에 「대선자금 적극공개」를 외치다가 유보로 돌아서더니 이젠 『안받았으니 공개고 비공개고 할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여권이 노씨측과 조율, 소명서에서 대선자금을 빼도록했다』는 음모설을 정면반박한 것이기도 하다.
반면 여권내에선 『지금 대선자금을 공개하면 비자금, 비리의혹이라는 본질이 가려지고 대선자금 공방이라는 정쟁이 부각된다』며 『때가 되면 우리가 먼저 공개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특히 『막다른 골목에 처한 노씨가 협상카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대선자금문제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노씨측의 생각은 여권과 크게 다른듯하며 대선자금 비공개에 따른 뒷말들도 꼬리를 잇고있다. 그만큼 민감하고 폭발력을 안고있는 사안이라는 방증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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