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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조사(사설)

입력
199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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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은 약 5천억원의 통치자금이 『주로 기업인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아 조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특히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밤낮없이 눈물겹도록 뛰어나디는 우리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마지막 소망이다』라고 했다. 노전대통령의 소위 통치자금이 현시점에서는 비리의 비자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자금의 조성내역과 그 경위를 규명하는 것이 노전대통령 비자금 수사의 기초가 되지 않을 수 없다.따라서 검찰은 성금을 내어놓은 기업인들을 일단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가 있다. 여기에서 기업인들이 내어놓은 돈이 정말 「성금」인지의 여부가 가려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데 검찰수사의 어려움이 있다.

우선 조사를 받게 되면 관련기업인들 모두가 「성금」이라고 주장할 것이 확실한데 그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법률적 잣대가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의 권력구조와 정치행태 아래에서 대통령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성금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부할 기업주가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성금을 낸 기업인들 가운데 사실상 이미 받은 반대급부에 대한 보상이나 또는 앞으로의 보상을 기대해서 기꺼이 응한 기업인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특혜를 선취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정경유착을 조성한 기업주도 있을 것이다.

검찰의 성금기업주 수사목적은 두가지 일 것이다. 하나는 노전대통령의 5천억원 「통치자금」의 내역과 금액의 일치여부를 가리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금」의 뇌물성여부 판별에 있다 하겠는데 이를 위해서 검찰의 현명하고 공정한 수사가 요구된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50대재벌그룹의 대다수가 「헌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다같이 「헌금」을 해도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 「성금」의 액수와 반대급부의 유무 및 크기도 다를 것이고 정경유착에 대한 의존도와 행태에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 그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6공시절 도약을 한 한보그룹의 계열사인 한보상사가 노전대통령의 3백억원대 비자금의 실명화에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재정경제원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위반으로 국세청의 자금추적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보그룹과 상황은 다르나 사돈기업인 선경그룹과 동방유량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유입설과 재임중의 특혜수혜혐의를 받고 있다.

재벌그룹들의 「성금」에 대해 불가피성과 경제에의 파급영향을 이유로 포괄적인 면죄부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법률위반으로 판정되면 상응하는 사법적 처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기업들도 자정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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