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이 추워지면 송어잡이 떠나세/ …물고기가…/ 여기 옆에 오래 있으라 하면 나는 그럴 것이네…/ 세상에 두고온 질긴 사랑 잡아서 송어처럼 차가워지게/ …」(「송어」)안정옥(46)씨의 두번째 시집 「나는 독을 가졌네」(세계사간)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6년전부터 주말이면 낚시를 다닌 그가 찾았던 내와 강과 바다와 산골짜기의 물, 실랑이했던 고기에 대한 기억이 담겼다. 그는 산천어를 보고 「사랑을 품고는 오지 않는 물고기가 있었다 오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고 읊고, 황복어에 빗대 자신이 사랑의 「독을 가졌」다고 말한다. 우해이어보, 해동죽지 등 전래의 어서를 등장시킬 때 그는 가난하게 물고기를 좇는 글쟁이가 된다. 「온통 사람만 있는 사람 속으로 가도/ 온통 바다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있어도/ 한결같은 건 수시로 침묵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용치놀래기」)같은 시는 물고기에서 삶을 배우고, 때로 물고기가 되고 싶다는 갈망을 드러낸다.
마흔을 넘겨 등단해서 그럴까. 그는 『한동안 시를 못 쓰고 있을 때 내일이면 단 한 줄도 못 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머무른다』고 불안해 한다. 그러면서도 『무리에서 떨어져 외로이 물 속을 노니는 시인, 나는 꺽지같은 물고기로 남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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