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만든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은 1차적으로는 대통령의 도덕성에 엄청난 구멍이 나 있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동시에 이 사건을 우리 한국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이 아닌 구조적 원인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이와 관련하여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이같은 권력형 부정부패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단계의 대통령제 국가에서 흔히 보인다는 사실이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국가들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은 문제에 봉착한바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문화적, 역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가.
민주화 이후 행정부 특히 대통령이나 그 주변인물이 관련된 부조리가 증가한 것은 소위 민주화와 더불어 행정부와 대통령의 자의적인 권력행사가 감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증가한 사실에 원인의 일단이 있다. 흔히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행정부가 약화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많은 탈권위주의체제에서는 그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선거절차는 상당히 민주화되었지만 권위주의적인 국가기구와 관행 그리고 인사는 대체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통치권을 부여받은데 있다.
권위주의 정권의 대통령은 취약한 정당성때문에 주위의 눈치를 보아야 하지만 탈권위주의시대의 민선대통령은 권위주의의 유산을 창으로 또 국민으로부터 직접 위임받은 권력을 방패로 삼아 사실상 독재적인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권력형 부조리는 이처럼 철저하지 못한 민주화의 그늘에서 자라나는 독버섯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간섭과 규제가 크면 클수록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의 개연성이 증가한다. 이점은 서구선진국 가운데서도 국가의 경제개입이 많은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등에서 정경유착이 흔하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특혜를 얻기 위한 뒷거래가 성하게 마련이다. 일본의 예를 든다면, 록히드사건, 리크루트사건, 사가와 규빈사건등 의혹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은 일본정부의 엄청난 규제력이 이같은 뇌물수수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6공정권 아래서는 미완성 민주주의와 국가의 엄청난 경제규제가 결합된데서 권력형 부패는 이미 배태되고 있었다. 여기에 노전대통령의 부도덕성이 더해져서 지금 우리가 그 일단을 목격하고 있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부정을 저지른 개인에 대한 적법한 처벌과 더불어서 완벽한 민주개혁과 철저한 시장개혁을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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