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통령의 말로(천자춘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통령의 말로(천자춘추)

입력
1995.10.30 00:00
0 0

대통령은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영광된 자리이다. 나라 안에서는 국가원수요, 나라 밖에서는 일국의 대표권자가 대통령이다. 이러한 대통령에게 법이 부여한 권리도 특별하다.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공무원 임면권등 그 권한은 막강하고, 거기다 임기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도 있다. 더 이상 나열할 것 없이 대통령은 권력의 꽃이다. 위로 바라볼 것이라곤 하늘밖에 없는 실로 느긋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자리이기 때문에 T. W 윌슨이 말한대로 대통령은 법률상으로나, 양심상으로나 능력껏 위대해질 수 있는 자유가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살펴보면 그런 자유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인물은 한 사람도 없다. 이승만전대통령은 재임중 국민의 원성에 의해 쫓겨났고, 박정희 전대통령은 측근사람의 저격을 받고 비명에 갔다. 그리고 전두환 전대통령은 퇴임후 2년여의 유배생활을 했으며, 노태우 전대통령은 지금 낙향이냐, 사법처리냐를 놓고 논란 중에 있다. 다들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했기 때문이다. 같은 칼이라도 재물을 탈취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데에 쓰면 흉기가 되고, 정의를 보호하고 사람을 살리는 데에 쓰면 보검이 되는데, 역대 대통령들은 권력이라는 칼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개인과 권력을 보호하는 데만 행사한 것이다. 그런 속에서는 자연히 부정과 부패, 그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작태를 일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정치사의 커다란 비극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정치적 토양 때문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자질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권력의 최고 권좌에 앉은 사람들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에 대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꽃이 시들면 열매를 남기지만 권력이 시들고 나서는 무엇을 남기는가. 오직 추락뿐이었다. 그 영광스런 높은 자리에서 사회정의와 애국애민과 준법과 바른 정치를 외치던 사람들이 마치 흉물스런 물체처럼 무수한 돌팔매를 받으며 비참하게 추락할 뿐이었다. 대통령의 말로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젠 국민들도 스스로 존경하면서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대통령을 갖고 싶어 하는데….<청화 조계종 종회부의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