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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작가 에코 근작소설 「전날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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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작가 에코 근작소설 「전날의 섬」

입력
1995.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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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서 번역출간 “큰 반향”/르네상스기 지성논쟁·항해여행등 생생하게 묘사40여개 국어로 번역돼 2,000만 부가 넘게 팔린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63)가 낸 근작 소설이 최근 여러 나라에 번역 소개되면서 또 한번 에코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말 이탈리아 봄 피아니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세번째 소설은 「전날의 섬(The Island Of The Day Before)」. 이달에 영국, 미국등에서 번역 출간되자마자 「우리 시대가 간직해야 할 고전 중의 하나」, 「유려한 필치로 심오하고 비상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안겨줄 뿐 아니라 르네상스시대의 여러 전쟁, 사랑의 시, 개척시대의 항해여행등을 경험하게 한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장미의 이름」(84년작), 「푸코의 진자」(89년작)등에서 현란한 지식에 미스터리를 더한 독특한 구성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새 작품에서도 유럽지성사에 거대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17세기를 종횡무진하며 박학다식함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그래서 난해하기 그지없고 「푸코의 진자」를 읽을 때처럼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시간배경은 1643년. 주인공 로베르토 델라 그리바는 북이탈리아 영주 집안 출신의 젊은이다.

소설은 그가 남태평양의 솔로몬군도 근방에서 다프네라는 버려진 배에 혼자 타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파리에서 지성인들과 교류하며 여러 학문을 배우던 귀족청년이었다. 권력자들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힌 그는 정객 카디널 마자린을 만나 베일에 싸인 영국인 버드박사를 정탐해 오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그러나 아마릴리스호가 남태평양에서 난파하는 바람에 혼자 살아 남아 다프네에 몸을 의지하게 됐다.

배 가까이 섬이 있지만 그는 섬과 배 사이에 있는 가상의 선인 날짜변경선을 알고 있었고, 그 이유로 시간을 거슬러 그 섬으로 갈 수 없다고 믿는다. 망원경, 여러 식물과 시계, 여러 통의 술, 마실 물, 새가 있어 고독하게 사유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그만의 세계로 설정된 배 위에서 로베르토는 자신이 듣고 보아온 유럽문명의 성과를 되새긴다. 17세기 당시의 물리학, 연금술, 요리법, 정치이론, 신학논쟁등 여러 주의·주장과 논쟁을 사유 속에서 재구성하고 비판한다. 연인 릴리아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써대거나 소설속 소설의 형식을 빌려 가상의 악형 페란테를 등장시키고 그를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재구성해 보는 작가적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에코의 이번 작품은 배움이 유일한 특기였던 젊은 몽상가와 배에 함께 타고 있으면서 시계와 지도를 이용해 경선, 목성의 네 위성, 대홍수의 비밀에 도전하는 한 예수회 수사를 통해 어렴풋하지만 미래에 대한 과학적 전망, 사해동포주의에 대한 옹호를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어 외에 영어, 불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고 독일어, 스페인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에코는 기호학, 중세철학, 미학, 대중문화연구, 문학비평, 아동문학등 다방면에 두루 관심을 보이면서 저작을 펴냈다. 국내에는 86년 「장미의 이름」을 필두로 에세이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 「연어와 여행하는 법」, 대중문화비평서 「대중의 슈퍼맨」, 대학생들을 위한 「논문작성법 강의」, 기호학이론서 「해석의 한계」등이 번역 출간됐다.

새물결출판사가 문화신서로 「포스트모던인가 새로운 중세인가」 「스누피에게도 철학은 있다」등 5권의 책을 냈고 앞으로 에코의 이론서들을 계속 번역해 내놓을 계획이다.

「전날의 섬」도 이미 번역작업에 들어갔다. 앞선 그의 두 소설을 이미 번역한 이윤기씨가 최근 미국에서 번역에 착수, 내년 상반기에 「열린책들」을 통해 두 권으로 출간한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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