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의혹사건·외국예 정리 돋보여/언론의 권력감시·비판노력 꾸준해야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계동 의원은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며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존재를 주장했다. 이 발언직후 법적 대응도 모색하겠다던 노전대통령은 8일만에 대국민사과성명을 발표하면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고 검찰에도 출두,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정치권과 증권가에서 떠돌던 소문속에 지난 8월 서석재 당시 총무처장관의 해프닝으로 끝났던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국회발언 이후 언론들은 검찰의 수사상황과 함께 비자금의 조성 및 관리, 사법처리여부, 비자금을 둘러싼 정계 재계 금융계의 반응과 대응모습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비자금 자체에 대한 현황보도와 함께 다양한 지면구성으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 나갔다.
우선 외국의 정치비자금과 관련하여 성역없는 수사, 부패정치가들의 말로, 정치비자금 조성유형을 연일 보도하면서 6공 5년동안의 대표적 의혹사건을 정리하여(21∼26일자) 검찰과 정계 그리고 연희동측에 진상의 처리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 「노태우씨 정치자금 발언록」(24일자)을 통해 88년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박계동의원의 폭로 직후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국민을 기만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미흡하고 변명으로 가득한 대국민사과성명에 대한 불신을 드높게 하였다.
비자금 파문은 노전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전후하여 92년 대선당시 여야후보 등에 대한 비자금 지원설이나 그에 대한 시인으로 말미암아(27,28일자) 우리나라 정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이러한 비자금 정국의 전개속에서 한국일보는 박계동의원의 비자금폭로 다음날부터 사설을 통해 비자금에 대한 일관성있는 입장을 연달아 밝히고 있다. 「비자금 진상을 밝히라」(20일자)에서 시작하여 「통치자금은 불법」(25일자) 「정치적 수습은 안된다」(26일자) 「대선자금 공개하라」(28일자)등으로 이어졌다.
5공과 6공의 마무리가 유사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그 내용이 판이하게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우리 헌정사가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그만큼 벗어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언론도 커다란 역할을 해왔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른바 문민시대에 접어든 우리의 언론에 새로운 변모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의혹을 증폭시킨 권력형비리 등에 대해 정부당국이나 정계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폭로한 이후에야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 그간의 모습이었다. 지난 8월 이른바 실세인 현직 장관의 발언이 해프닝으로 끝난뒤 언론 어디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지금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제 이 사건으로 그쳐야 할 것이다.
우리 언론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월남전 비밀문서 폭로사건과 같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권력형 비리 등을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권력과 그 주변, 그리고 특히 야당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의 골을 언론이 채워주고, 국민을 대신하여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헌법학>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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