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출금 모두 기억 불가능” 개략적 공개 시사/「14대 대선자금」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둘듯노태우 전대통령이 비자금내역과 관련, 검찰에 제출할 예정인 소명자료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씨는 27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재임기간중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잔액을 개괄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구체적인 조성과정이나 지출내역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현재 6공측의 소명자료는 율사출신 측근들이 노씨의 구술과 재임당시의 청와대자금 출납자료등을 바탕으로 시내모처에서 작성중이며 28일 하오 김유후 전청와대사정수석이 연희동을 방문해 막바지 문안정리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29일이나 30일중 검찰에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연희동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대국민사과문 작성당시에 소명자료제출도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명자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질까. 이부분에 대해 노씨 측근들은 『대통령이라고 해도 재임당시에 주고받은 모든 돈의 입출금내역을 기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대국민사과문에서 밝힌 내용을 보완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히고있다. 지출내역은 물론이고 조성과정에 대해서도 특정인의 신원이나 회사이름은 거론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전대통령이 5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3천3백억원을 지출하고 1천7백억원이 남았다고 이미 밝힌 만큼 조성방법과 지출내역은 개략적으로나마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조성경위에 대해서는 퇴로를 열어놓기 위해 강제성이 없는 기업성금형태로 조성했음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처에 대해선 13·14대 총선과 91년의 지방선거에 상당부분 지출했으며 정당운영비도 매달 지원했음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치권의 시선을 자극하는 대목은 14대 대선자금이 과연 언급될 것인지의 여부다. 연희동측은 이와관련,『14대 대선때는 노전대통령이 탈당했다』고 애써 강조하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검찰이 노전대통령을 구속수사할 경우에 대비해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려는 정치적 계산이 내포돼있는 듯하다. 6공측이 여권핵심부와의 직접대화에 대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연희동측은 노전대통령이 일단 검찰에 출두한 이후에는 더이상 반격의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 모종의 담판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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