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정치적 파장” 공개 주춤/위법·도덕성시비 비화도 부담노태우 전대통령이 92년 대선때 여야후보에게 지원한 자금이 첨예한 정치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28일 대선자금내역을 공개하겠다던 방침을 변경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김윤환 대표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 대선자금내역을 자진해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측의 한 관계자도 이날 『대선자금 공개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대선자금공개에 소극적 분위기를 반영했다.
대선자금공개문제에 대한 여권의 이같은 방향선회는 최근 여권의 분위기와는 크게 배치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그동안「당당한 검찰조사」를 거듭 강조, 대선자금문제에 개의치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암시했다. 또 김윤환대표는 지난 26일 청년포럼간담회석상등에서 지난 대선때 노씨가 여야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했을 것이라며 노씨에게 대선지원자금의 공개를 촉구했다. 강삼재 총장 등 민주계 핵심인사들 역시 『공개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선자금공개용의를 공공연히 밝혔었다.
그런데 27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지난 대선때 노씨에게서 2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한 뒤 대선자금이 초미의 정치쟁점으로 떠오른 것과 때를 맞춰 여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민자당은 28일까지 김총재가 노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공개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민자당측은 대선자금은 김대통령에 관련된 문제여서 당에서 공개여부를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그러나 여권의 기류가 갑자기 바뀐데에는 몇가지 배경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우선 여권이 대선자금내역이 있는 그대로 밝혀졌을 경우 일어날 정치적 파문이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은 당초 있는 그대로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정면돌파방식으로 나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노씨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의 규모에 따라서는 감당키 어려운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같다. 이와 관련, 민자당 주변에서는 대선지원자금을 6백억∼7백억원선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노씨측에서는 『가정이지만 1천억원이 넘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은근히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미 지난 대선후 선관위에 2백83억원을 사용했다고 보고했는데 이 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도 여권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허위신고에 대한 도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권등에서 당선무효제기 등 정치공세를 펴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 국민회의의 김총재는 28일 베이징(북경)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당선무효문제를 거론했다.
여권과 노씨측이 노씨의 검찰출두에 앞서 대선자금부분에 대해 조율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자당이 이날 노씨의 검찰조사결과를 봐가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회의 김총재의 20억원 대선자금 시인 이후 대선자금공개에 대한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고있는 마당에 여권이 마냥 소극적 자세를 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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