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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자금」 전 총리 2명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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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자금」 전 총리 2명 실형

입력
1995.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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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락시 4년­포를라니 2년4개월 선고/정당당수·기업체간부 등 20명도 “유죄”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전직 총리 2명을 포함해 차기 집권을 노리는 유력 정당 당수등 관련자 20여명 전원이 27일 무더기로 유죄 선고를 받음에 따라 이탈리아 정·재계가 줄초상집이 됐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법원은 이날 베티노 크락시와 아르날도 포를라니등 2명의 전총리에게 부패및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각각 4년과 2년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전진 이탈리아당과 함께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북부동맹의 움베르토 보시 당수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7명의 기업체 간부들에게도 실형을 선고했다. 이밖에 지아니 드 미첼리스 전 외무장관, 클라우디오 마르텔리 전 법무장관등 3명의 전직 장관이 각각 6개월∼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1,500억리라(약 700억원)의 「검은 돈」을 주고 받은 「에니몬트 스캔들」로 기소된 관련자 22명 전원에게 단호한 법의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이탈리아 굴지의 회사인 페루지 그룹은 농약부문 자회사의 「에니몬트」합작사업이 위기에 처한 것을 만회하고 92년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회당, 기민당등 주요 정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정치 비리사건의 전형」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추상같은 단죄는 이탈리아를 좀먹어 온 총체적인 부패구조를 소신껏 파헤친 소장검사들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가 완승을 거뒀음을 뜻한다. 지난 92년 2월부터 시작된 마니 풀리테는 「부패수사에는 성역이 없다」는 철칙아래 이탈리아의 최대 정치거물인 줄리오 안드레오티 전총리를 기소하는 등 여야는 물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은 사회당 출신의 크락시 전 총리는 83∼87년까지 최장수 총리를 역임하는 등 80년대를 풍미한 정계거물이다. 지난해 7월과 12월 다른 2건의 부패사건으로 이미 징역형을 선고 받은 크락시는 앞으로 총 18년을 감방에서 썩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포를라니 전총리는 69∼73년, 89∼92년 두차례에 걸쳐 전후 이탈리아 최대정당인 기민당 총재를 지냈으며 보시 당수는 지난연말 집권연정의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계의 거두이다.

정계에 미칠 막대한 파장을 무릅쓴 사법부의 단호한 판결은 「검은 돈」을 추방하지 않는한 「깨끗한 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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