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절충 없을것” 정면돌파/검찰조사 봐가며 결단내릴듯김영삼 대통령은 27일 하오(한국시간) 서울로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과성명 전문을 받아보고는 『그런 일이 있었나』라며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것외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귀국을 하루 앞둔 만큼 일단 서울에 가서 참모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뒤 입장을 정하겠다는 뜻의 표현이다.
그러나 수행측근들은 『노씨의 사과와 검찰의 수사는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왕에 김대통령이 성역없는 조사를 지시해놓았기때문에 정치적인 절충보다는 사법적 절차에서 해법을 찾으리라는 것이다. 노씨의 사과가 앞으로 검찰이 택할 사법처리의 방식과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매듭지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측근들은 무엇보다 노씨가 밝힌 비자금의 조성경위및 규모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극히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사법처리에 관해서는 검찰이 전적으로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 대통령이 그 여부를 지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월권이라는 것이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김대통령이 검찰의 엄정한 조사를 지시해놓은 마당에 노씨가 사과했다고해서 조사를 중단하라고 할 수는 없지않느냐』며 『일단 검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김대통령도 이날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내가 지시한대로 정부에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중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사법적 해결말고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얘기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주문했다. 김대통령은 또 『이번 사건을 국민이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실감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김대통령이 간담회에 참석하기전에 노씨가 사과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대략적인 보고를 받았을 개연성을 감안하면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여전히 사법처리의 수순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측근들은 김대통령이 사전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지만 노씨가 사과성명 사실을 여권 관계자들에게 통보한 시간이 하와이 현지시간으로 새벽이기때문에 충분히 사전보고를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어쨌든 비자금사건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중은 귀국후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같다.<호놀룰루=신재민 기자>호놀룰루=신재민>
◎김 대통령 하와이서 일문일답/“군정과 다른점 보여주겠다”/철저조사 두차례나 지시… 정경유착 끊을것
김영삼 대통령은 26일 상오8시(한국시간 27일 상오3시) 하와이의 와이키키 리조트호텔에서 1시간10분동안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6공비자금 사건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날 사건처리 방향에 관해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고 「철저수사」의 원칙적 입장만을 밝혔으나 얘기의 톤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6공비자금 사건에 관한 입장은.
『뉴욕에서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바 있다. 비서실장을 통해 전화로 보고받은뒤 곧바로 총리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서 성역없이 한점의 의혹까지 씻도록 법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두번이나 똑같은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는 정치적 해결보다는 사법적 처리를 뜻하는 것인가.
『내가 얘기한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된다. 내 지시대로 정부에서 철저히 하고 있을 것이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국민에게 생각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관심을 표시하는 것도 바로 도덕성 때문이다. 내가 세계지도자상을 받은 것도 바로 문민정부의 떳떳함 때문이다. 문민정부는 분명히 군사정부와는 다르다』
―귀국하면 노태우전대통령등 사건 관련자를 만나볼 생각인가.
『그 문제는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
―소위 통치자금이라는 용어에 대한 생각은.
『짐작하는대로 야당총재로 있었을 때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도움을 받아 당을 운영했다. 그러나 그 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 조사를 받고 결국 망해버리곤 했다. 그같은 비정상적인 정치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취임과 더불어 어떠한 경우라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바로 내 경험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사건도 국민이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실감케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호놀룰루=신재민 기자>호놀룰루=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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