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시인」에 물고물리기 격화/정계개편 등 YS의중 최대변수노태우 전대통령의 사과성명에도 불구하고 비자금파문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있다. 여야의 반응은 모두 『사과와 사법처리는 별개』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기에 김대중국민회의총재가 대선기간에 노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밝힘으로써 정국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있다.
향후 정국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여권핵심부의 의중이다. 이번 파문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가에 따라 정국의 물줄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영삼대통령이 27일 하와이에서 『이번 사건을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실감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한 것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않다.
여권의 현재 기류대로 비자금 수사가 진행된다면 이는 노전대통령에 대한 냉정한 단죄를 의미한다. 해법은 구속일 수도 있고 해외이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죄는 양면성을 지닌다. 현정권의 도덕성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여권의 결속력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총선에는 악재이다.
따라서 여권은 비자금파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할 공산이 크다. 그 방안중 하나는 정치자금파문을 야당에 이전시키는 것이다. 이미 김윤환 민자당대표는 여야 모두에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건네졌음을 시사했다. 김대중 총재는 즉시 이를 시인했다.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여권도 이를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비자금문제에 대한 여권의 대응방향은 총선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여권은 기본적으로 우세지역인 부산·경남을 축으로 하고 대구·경북과 수도권에서 승부를 낸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의 선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김대중총재를 집중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를 위해 사용하는 카드가 바로 세대교체 논리이다. 비자금파문을 계기로 기성정치권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어내는 것은 세대교체논리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민자당으로선 김대중총재를 이번 파문에 끌어들임으로써 여권에 집중된 따가운 시선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여기서 고려해야하는 변수는 야당내부의 복잡한 경쟁관계이다. 민주당과 개혁신당세력은 여당은 물론 국민회의에 대해서도 집요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만이 활로이기 때문이다. 여권도 이이제이차원에서 이들의 공세를 은근히 방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20억원 수수를 시인한 국민회의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민자당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전대통령과 현정권의 연결고리를 부각시키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비자금파문의 확대재생산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내의 치열한 전투는 기존의 경계선을 무의미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지도를 다시 그려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정계개편은 어렵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여권내의 6공세력이 위축되고 야권의 개혁세력이 여당에 「수혈」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5공청산 이후 3당합당이라는 정치권의 대지진이 일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비자금파문이 정계에 다시 지각변동을 몰고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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