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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정치가」들의 연대 책임(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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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정치가」들의 연대 책임(장명수 칼럼)

입력
199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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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침 노태우전 대통령의 사과성명을 들으면서 비통한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국민앞에 눈물흘리며 용서를 빌어야 하는 전직대통령의 비극도 가슴 아팠지만, 그보다 더욱 슬프고 분한것은 나라의 운명이었다.초대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1960년 4·19 학생혁명으로 실각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79년10월26일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무사하게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던 전두환 대통령은 88년11월23일 눈물로 사과성명을 읽고 백담사로 가야 했다. 그로부터 8년만에 다음 대통령의 똑같은 사과를 받으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줄 모르는 역사」에 대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돌리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과 희생을 바쳤는데, 역대 대통령들은 50년동안 한결같이 법위에 군림하다가 비극적인 퇴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들의 비극이 결코 개인적인 비극일수 없다면, 이번 사태가 마지막 비극이 되도록 모두가 진실로 각성해야 한다.

노태우씨는 사과성명에서 어떤 조사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는데, 자기자신이 이 나라 역사에서 마지막 불행한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태수습에 임하기 바란다. 용서받기 위한 통과의례로서의 조사와 처벌이 아니라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돌리는 작업에 자신을 바침으로써 국가에 대한 마지막 의무를 다해야 한다.

92년 대선당시 노태우대통령으로 부터 20억원을 받았다는 김대중씨의 말은 또다른 의미에서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자금」중 일부가 야당에까지 흘러 들어가는것이 과거의 관행이었다면, 김대중씨의 이번 고백은 과거와 영원히 단절하겠다는 고백성사가 돼야 한다.

김영삼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태우씨로부터 지원받았던 대선자금을 자신의 입으로 국민앞에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국면전환용으로, 또는 충격요법으로 사용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사태의 교훈을 누구보다 깊이 새겨야 할 사람은 김대통령이다. 김대통령은 취임후 정치자금을 한푼도 안받겠다고 거듭 강조해 왔는데, 이 사건의 처리를 통해서 「대통령의 부패」를 영원히 추방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한다.

정치와 도둑질은 분리할 수 없고, 최고지도자일수록 더 큰 도둑질을 하고, 도둑질한 돈을 잘 뿌리면 「통 큰 지도자」 소리를 들었던 잘못된 정치풍토를 큰 정치가들이 연대책임을 지고 개혁해야 한다. 이번 일을 한 전직대통령의 불행으로 흘려 버린다면, 그것은 한국정치의 불행이고 나라의 불행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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