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매 감수”부분에선 감정복받친듯 잠시 울먹/측근 거의안나타나 분위기 썰렁… 인척도 안보여/회견마친뒤 “질문은 다음 기회에…” 황급히 안채로○자택 주변 취재 경쟁
○…노태우 전대통령이 27일 상오 비자금 액수를 밝히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희동 노씨 자택에 국내외의 시선이 집중됐다. 노씨측근들은 대국민사과문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사안의 민감성때문인 듯 노씨가 직접 발표할 때까지 함구로 일관했다. 연희동자택 주변의 분주한 취재경쟁과는 대조적으로 노씨집 내부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으로 비쳐졌는데 한 관계자는 『노전대통령은 현재 회견을 앞두고 혼자서 조용히 심경을 가다듬고 있다』고 전언.
○…노씨는 기자회견 예정시간인 상오 11시정각 2층 내실에서 내려와 침통한 표정으로 회견장인 별채 1층 접견실로 천천히 걸어들어온 뒤 미리 준비한 대국민사과문을 9분여에 걸쳐 천천히 낭독했다. 감청색 싱글차림의 노씨는 빗발치는 비난여론에 여러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못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노씨는 『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자리에 서 있는 것 조차 말로는 다할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라며 미리 작성된 8페이지분량의 사과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국민의 분노와 자신에 대한 질책 ▲통치자금 조성경위와 사용처 ▲사법처리등 국민 심판수용등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거듭 사죄했다. 특히 노씨는 전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의식한 듯 회견문 곳곳에 『지난 며칠간 얼마나 많은 허탈과 분노를 느끼셨느냐』며 용서를 구했다.
노씨는 사과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시종 거의 고개를 들지 못했으며 마지막에 『속죄하는 길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대목에 이르자 감정이 복받치는듯 잠시 말을 멈춘채 멍하니 앞을 응시하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이 내리시는 어떠한 심판도 달게 받겠다』 『어떠한 처벌도 어떠한 돌팔매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오른손으로 눈을 훔치며 잠시 울먹였다.
○“통치자금” 애써 강조
○…이날 노씨의 사과문에는 관심을 모았던 14대 대선자금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어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다만 노씨는 비자금조성목적이 통치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애써 강조했다. 한 측근은 이와관련, 『노전대통령은 전날밤 거의 잠을 이루지못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면서 『대국민사과문에 감정에 치우친 용어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국민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용어선택에 신중을 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씨는 이날도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통치자금은 잘못된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며 『재임당시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에서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았다』고 주장,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비자금중 쓰다남은 돈이 1천7백억원이라고 밝힌 노씨는 『단 한푼이 남아도 나라와 사회에 되돌려 유용하게 쓰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서도 여러가지 상황으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잘못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회견을 마친 뒤 노씨는 『남은 재산을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언제 검찰조사를 받을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질문은 나중에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만 말하고 황급히 안채로 몸을 옮겼다.
○최 전 경호실장만 나와
○…이날 노씨의 자택에는 최석립 전경호실장을 제외하고는 측근들이 한사람도 모습을 나타내지않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상오 9시50분께 연희동에 도착한 최전경호실장은 노씨를 위로했으나 사과성명발표때 배석하지는 않았다. 서동권 전안기부장은 광화문 사무실에서 TV를 통해 지켜본 뒤 외출했으며 정해창 전청와대비서실장은 아침 일찍 외출했다. 금진호(민자)의원과 박철언 전의원등 친인척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장현규 기자>장현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