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이 떨어져도 대작이 아니라도 좋다/사랑 그린 소품 인기작고 아름다운 영화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한국 코미디영화와 할리우드 대작의 침체를 비웃듯 「사랑」을 주제로 한 아시아·유럽의 영화들이 장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달 2일에 개봉된 왕가위감독의 「중경삼림」이 두달째 롱런하며 서울에서만 14만명을 돌파했다.
같은 홍콩영화 「옥보단」도 예상을 뒤집고 한달여만에 30만명을 넘어서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폴란드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도 개봉 2주만에 2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관객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별 기대없이 지난주 서울의 1개 극장에서만 개봉한 독일영화 「파니 핑크」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자 이번 주부터는 상영극장을 3개로 늘렸다.
그동안 관객이 따뜻하면서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에 목말라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작국가와 감독의 성격에 따라 영화의 느낌과 빛깔이 다른 만큼 관객층도 작품에 따라 다양하다.
홍콩의 우울한 분위기, CF같은 영상과 음악등이 어우러진 「중경삼림」은 젊은 층의 호응을 받고 있다. 반면 코믹에로물로 해학이 질펀하면서도 육체적 사랑에 경종을 울려주는 「옥보단」은 주로 장년층 남자들이 찾고 있다. 키에슬로프스키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과 여감독 도리스 되리의 「파니 핑크」 관객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처럼 예술성이 뛰어나지도 않고 대작도 아니지만 사랑을 진솔하게 그린 영화가 환영을 받자 개봉을 서두르는 비슷한 작품도 많다. 다음달 4일 나란히 개봉될 「양축」과 「스모크」는 모두 중국계감독이 만든 남녀와 가족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할리우드에서 활약중인 웨인왕감독의 「스모크」가 가난한 미국 사람들의 따스함을 섬세하게 느끼게 해주는 희망의 영화라면, 서극감독의 「양축」은 애절한 고전 멜로물이다.
특히 「양축」은 고대 중국(동진)을 무대로 신분과 빈부차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을 동양적 정서로 담아 여성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만추의 극장가가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로 풍성해지고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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