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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정부 「정치비자금 커넥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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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정부 「정치비자금 커넥션」 실태

입력
199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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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혜뇌물 한해 최고 39억불/인허가 노려 실력자 친·인척 정략 고용/뒤탈대비 야당에도 상당액 뿌리기도/다국적기업 경우 개도국 매수 관행화『정치자금을 내놓지 않은 87년, 대정부 매출은 전년대비 20억리라(10억원상당)가 줄었다. 그러나 다음해 10억리라를 정치인에게 바쳤더니 매출액은 100배로 늘었다. 기업인이라면 누가 이를 마다 하겠는가』 지난 93년 반부패 사정에 걸려든 이탈리아 컴퓨터 업체 올리베티사의 베네데트 전회장이 실토한 말이다.

치열한 경쟁속에 놓여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불법로비를 통해 얻어내는 특혜는 가장 편리한 이윤극대화 수단이다. 기업과 정치인, 관료사이에 형성되는 부패커넥션의 고리는 바로 여기서 생겨난다.

선진국중 정치자금과 특혜의 거래가 관행화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때문에 기업은 정책결정이나 정부·지자체 발주공사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벌보스나 이른바 「족의원」들에게 필사적으로 접근한다. 족의원이란 특정 정부부서와 업계를 조정,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의원들로 국회의 소위「물좋은 상임위」에 소속된 중진의원을 말한다. 한 예로 제약사나 의사회는 보험, 진료등 후생성의 정책에 관여하는 후생위 의원, 즉 「후생족」과 튼튼한 파이프라인을 연결해놓고 있다. 평시와 선거철에 정치자금을 바치고 대가로 이권을 얻어낸다.

각종 인·허가와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정치자금 수수는 보다 보편적인 관행이다. 지난해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에어로멕시코 에어라인은 영업권을 허가받는 대가로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에게 800만달러를 안겨줬다. 실력자의 친인척을 임직원으로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프랑스 정가를 뒤흔든 「피에르 보통」사건이 그것이다. 제약 ·통신계통 회사인 보통그룹이 우파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80년대 중반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의 사위를 계열사의 사장으로 영입해 은행대출에 특혜를 받았다가 뒤늦게 들통났다.

검은 돈은 집권당에만 흘러들지 않는다. 올리베티사는 체신관련 특혜계약의 대가로 여야 정당에 골고루 총 700만달러를 뿌렸다. 야당의 입도 함께 막자는 속셈이다.

다국적 기업의 뇌물관행은 개발독자국가에서 특히 심하다. 이들은 현지의 「마당발」인사를 에이전트로 고용해 실력자에 줄을 댄다. 미군수업체의 주된 로비대상은 미제무기에 대폭 의존하는 이집트 타이완(대만) 이스라엘 한국등이다. 록히드사는 올해초 이집트의 고위관리를 150만달러에 매수, C 130H 수송기 3대를 판매하는데 성공했으나 들통이 나 이익의 2배가 넘는 2,400만달러의 벌금을 내야했다. 다국적 기업의 불법로비행태가 속속들이 밝혀진 것은 지난 93년이후 이탈리아를 휩쓴 사정태풍, 즉 마니풀리테(깨끗한 손)운동 때이다. 독일의 지멘스사와 스웨덴의 통신회사 LM에릭손등이 지하철공사와 정부부처 전산화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뇌물을 이탈리아 정치권에 쏟아부은 사실이 폭로됐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뇌물과 리베이트등 기업의 구조화된 검은돈이 한해 최고 39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뇌물을 건네준 자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던 관행이 이탈리아에서 본격적으로 깨지기 시작한 것도 93년 사정때부터다. 93년 이후 국영에너지회사인 ENI의 가브리엘레 칼리아리 전회장등 무려 10여명의 기업인이 오명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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