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만이 유일한 살길”/성장 반세기 생산액 세계10위 제제기술 선진국 수준/연구비 외국에 훨씬뒤져 정부지원 절실/국내시장 4조원불과… 대중소기업 역할분담 돼야국내 제약산업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제약협회가 26일로 창립 반세기를 맞았다. 해방직후 원료 시설 기술등 모든 것이 부족해 수입의약품에 의존했던 국내제약산업은 50년동안 괄목할 성장을 이룩했다. 업체 규모는 미흡하지만, 생산액은 세계 10위로 도약했으며 제제기술과 원료합성, 품질관리에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50년전 65개였던 회원사도 257개로 불어났다. 다가올 21세기를 향해 바삐 뛰고있는 제약협회 이금기(62)회장을 본지 김영환과학부장이 26일 만났다.<대담=김영환 과학부장>대담=김영환>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이후 국내제약산업도 엄청난 위기를 맞고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21세기 한국제약산업의 선진화를 향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지적재산권등 선진국의 기술보호압력이 가중되고있어 국내 제약산업은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신약개발이 유일한 살길이지요. 외제의약품의 수입판매나 복제품 판매에 치중하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국내제약기업은 신약개발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합니다. 제약분야는 투자만 잘한다면 다국적 기업으로 해외에 뻗어 나갈 수있는 가장 확실한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입니다. 신약 하나만 발견하면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지요』
○지재권 최대 걸림돌
―신약개발국으로 진입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의약품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지적재산권(물질특허)때문입니다. 선진 다국적 기업들은 신약및 신물질을 각 나라에 특허 등록을 해놓아 우리가 기술제휴를 하더라도 판매는 국내로만 제한됩니다. 국내 제약업체도 신약 개발을 서둘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제약업계의 수익구조가 취약한데 신약개발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십니까.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800억∼1,600억원의 연구비와 10년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성공가능성도 예측할 수 없어 위험부담이 높은 사업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자금이 부족하면 연구개발후 완제품으로 만들기전 외국에 라이선스(특허)를 팔거나 공동개발을 제의할 수도 있습니다. 신약개발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선진국들은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10∼15%선을 쓰고있는데 우리도 현재의 3%선인 연구개발비를 그 정도로 끌어올린다면 신약개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업계의 재무구조는 선진국 정도로 연구개발비를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따라서 정부는 제약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이 되도록 기업의 의욕을 정책으로 북돋워줘야 합니다. 의료기관 약국 도매상등 관련업계의 경영상태도 건전해야 제약업계도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에이즈시약 연구
―항암제나 에이즈치료제등 신약연구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까.
『협회내에 신약개발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제약회사들이 연구조합을 구성하는등 역할을 분담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약회사들이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에이즈진단시약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은 인내력을 갖고 투자해야하는데 적어도 2000년대에 접어들면 1년에 2∼3개 품목씩 세계적 신약이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항균제나 항암제가 기대하는 품목입니다. 불행하게도 국내에선 아직 자체 개발한 신약이 하나도 없습니다』
―최근들어 대기업의 제약업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제약업계에서 정보통신이나 환경산업등에 눈을 돌려 경영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약산업은 기술집약적이면서 에너지 절약형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수출전략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자본과 조직력으로 첨단유망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국내제약시장은 불과 4조원 정도로 협소한 만큼 역할분담이 절실합니다. 대기업은 신약이나 원료개발에만 나섰으면 합니다. 그런데 재벌기업들이 왜 카피(복제)품목을 갖고,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어렵게 싸우고있는 중소기업과 경쟁하려고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외국계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체 개발한 것만 팔면 됐지, 왜 카피품목을 팔려고 합니까. 자체개발한 상품을 국내 기업과 공동판매하는등의 형태로 이윤을 취할 수는 없는지, 역할 분담이 아쉽습니다. 업계는 품종별 전문화나 기업합병을 한다든지 해서 과당경쟁을 줄이고 신약 개발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가격경쟁은 신약개발의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할 뿐입니다. 제약회사들은 사실 경영다각화가 늦었습니다. 환경산업등에 뛰어드는 것은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관련산업에 진출, 자본을 축적하면서 신약도 개발하려는 의도지요』
―94년4월부터 우수의약품제조및 품질관리기준(KGMP)제도 시행후 영세업체들이 무리하게 시설투자를 단행, 경영난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지금까지 181개 업체가 KGMP 적격지정 평가를 받아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KGMP 실시후 국민들 입장에선 품질 높은 약을 공급받게 됐지만 업계로선 기존시설 투자의 몇배를 무리하게 투자하다보니 경영이 어려운 형편입니다. 또 비용을 회수하려고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계의 대표적 부조리로 꼽히는 병원과 제약사간의 랜딩비(약품채택비)등 비리는 여전하다는데요.
『자정바람이 불면서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원인을 따지고 보면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거래관행을 개선하려고 94년부터 제약협회 자체적으로 위원회와 공정경쟁규약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작단계지만 정착되면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것입니다. 금년 2월 취임하면서 제가 제약협회의 슬로건으로 「개혁을 통한 거래질서 원년」을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의 경영수지를 맞출 수 있도록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등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합니다. 병원경영이 어려우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병원이 교수들의 연구나 국제학술활동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물류사 설립구상
―제약업계의 정보화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인터넷과 CD롬은 각 업체가 이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의약품 거래가 선진국형 유통체계로 확립돼야 한다고 봅니다. 사견이지만 의약품의 물류를 혁신하기 위해 도매업계와 공동으로 물류회사 설립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물류개선은 곧 업계의 정보화입니다. 물류 정보시스템은 유통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며 제약회사나 도매상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외국회사의 유통업 진출을 막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미 일본의 의약품 종합상사인 규코(구굉)가 재벌급의 D사와 합작, 도매업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약업계는 노사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대우를 잘해주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73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올해는 여러 업체가 동시에 사원전원 집단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임금도 거의 격차없이 평준화돼있는 실정입니다』<정리=송영주 기자>정리=송영주>
□이 회장 약력
▲1933년 서울 출생
▲1955년 보성고 졸업
▲1959년 서울대약대 〃
▲1960년 일동제약(주) 입사
▲1994년 〃회장 취임
▲1995년 한국제약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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