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친구들 권유로 복용시작/진정제·각성제 목적외 사용 24%/원인은 부모압박애정결핍 으뜸지난3월 학교 뒷산에서 친구들과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뒤 약물중독 증세를 보여 K병원에서 7일간 격리치료를 받고 퇴원한 최모(17·서울 S여고2)양은 요즘도 부모의 눈을 피해 몰래 집을 빠져나와서 당시 패거리들과 함께 자주 「가스를 분다」고 한다.
『좀 껄렁한 아이면 본드나 가스는 다 해요. 돈 많은 애들은 대마초나 필로폰까지 하고요. 얌전한 애들도 최소한 각성제나 수면제는 쓰죠』
최양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요즘 청소년들의 약물남용이 무척 심각하다는 사실은 최근 여러 실태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 걸스카우트연맹(총재 변주선)이 지난달 전국의 중고생 7백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청소년 약물남용에 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각성제나 진정제를 원래 목적 이외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남학생과 여학생 가운데 각각 2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탄가스나 본드같은 흡입제를 사용해본 응답자는 남학생의 11%, 여학생의 3%에 달했다.
고교 3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약물남용연구소의 지난 2월 조사에서는 10명중 3명꼴로 약물복용 경험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의 약물남용 문제는 중독자 자신의 신체와 정신이 파괴되는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입히는 단계로 진입했다.
한국청소년학회(회장 차경수)는 지난4월 「청소년 약물남용 사회―경제적 영향」이라는 학술조사에서 『약물중독 청소년은 보통 아이들보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3.6배, 폭력 절도등 일반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19배나 높다』고 밝혔다. 또 이 조사에 의하면 약물남용 청소년들이 소비하는 사회적 부는 약물조달비 사용처물색비 비행 보상비등을 합해 연간 8,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묵희 신경정신과의 박원장은 청소년들의 약물남용 원인을 부모의 대리만족 욕구에 의한 과잉압박감 또는 알코올중독 상습구타 외도등의 병적인 상태에 빠진 책임감 없는 부모들에 의한 애정결핍으로 꼽는다. 『청소년들의 약물중독은 가족병이기때문에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고 집안 전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원장의 진단이다.
92년부터 약물퇴치운동을 벌이고있는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은 약물지향적 성향이 밖으로 드러나는 계기는 친구의 권유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판단에 따라 동료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 압력을 물리치는 대화법 10가지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 단체가 제시한 ▲다른 곳으로 화제 돌리기 ▲상대의 얘기를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척하기 ▲보다 나은 계획 들려주기등 약물복용거부법을 상황에 따라 활용해볼 만하다.
일단 약물에 중독된 경우 하루라도 빨리 남용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알코올남용 예방센터」(서울080―022―5115, 부산080―522―5115, 인천080―031―5115, 전주0652―75―5115) 서울YMCA동대문지회의 「청소년약물상담실」(248―5665)등 전문상담전화가 큰 도움이 된다.
치료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있는 의료기관으로는 국립 서울정신병원(457―0905) 김경빈 신경정신과 의원(201―8258) 계요병원(0343―55―3333)등이 있다.<이은호 기자>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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