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공장” 따가운 시선에 곤혹/6공때 대형국책사업 많아 의혹 더해/“파문 장기화땐 이미지 큰손상” 우려건설업계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과 관련,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이 계열 건설사에 비자금조성을 상당 부분 의존해 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다 6공 들어 엄청난 이권이 개입된 국책 건설관련 사업이 잇따라 시행됐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덩치 큰 비자금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6공의 건설관련 사업은 ▲경부고속철도 ▲상무대이전 ▲영종도신공항 ▲수도권 신도시 ▲원자력 발전소건설 등이다. 이들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불거져 나오자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연일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월성과 울진원자력발전소공사를 수주하면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그룹회장이 유죄판결까지 받았던 업체들은 이번 파문으로 또 상처를 입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D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될 것은 없다』며 『그러나 이번 파문이 장기화하거나 검찰수사가 업계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이미지 손상등의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공산이 커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건설업체들이 이처럼 비자금문제가 제기될 때 마다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밖에 없고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되는 것은 건설업계가 「비자금공장」으로 불릴 만큼 비자금동원의 주역을 맡았고 비자금을 만들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고는 정부공사를 수주하기가 어려운 왜곡된 관행 때문이다.
건설업체의 비자금 조성방법은 쉽고 다양하다. 정부발주공사현장을 수년간 감독해 온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는 일반 제조업체와는 달리 거래선이 수십에서 수백개에 달하기 때문에 기자재등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이중 장부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기가 쉽다』고 말했다. 또 인건비를 부풀려 이중장부를 만들거나 하도급업체로부터 사례금을 받는 방식도 이용되고 있으며,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는 자체공사를 통해 비자금을 만드는 수법도 곧 잘 활용되고 있다. 외환관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공사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돈을 빼돌리거나 비자금을 조성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공사발주처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흘러 들어간 것이 사실』이라며 『공사 규모가 클수록 비자금 액수도 커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공사수주에 따른 리베이트는 공사규모에 따라 수주액의 2∼5%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등으로 부도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건설업계에 이번 비자금파문은 결정적인 어려움을 가져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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