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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왜 「기업금전신탁」에 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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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왜 「기업금전신탁」에 숨겼나

입력
199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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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상대 계좌별 금액 많아 “안전 은닉처”/입출금 자유로우면서 금리 높은 장점도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예치된 4백85억원의 차명예금은 「기업금전신탁」이라는 낯선 금융상품에 들어 있었다. 이 예금이 기업금전신탁으로 예치된 것은 예금주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드시 기업금전신탁에 차명으로 분산 예치해달라고 요구했다는게 이우근 당시 지점장의 말이다.

검은 돈의 은닉처로 이용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는 그동안 양도성예금증서(CD) 장기채권등이 주로 꼽혀왔는데, 의외로 기업금전신탁이 선택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은행관계자들은 말한다.

우선 기업금전신탁은 기업(법인이나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어서 계좌별 금액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즉 거액예금이 많기 때문에 검은 돈이 숨기에 좋다는 것이다. 개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가계금전신탁의 경우에는 대부분 몇백만원 또는 몇천만원짜리 예금들이기 때문에 1억원만 넘어도 금방 눈에 띈다는 것이다. 결국 거액 비자금을 감추려면 개인자금보다는 기업자금으로 위장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얘기다.

또 한가지는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는 보통예금이나 기업자유저축등이 있는데 이 예금들은 금리가 연 1% 또는 2∼4%에 불과하다.

반면 기업금전신탁은 실적배당상품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연 11∼12%나 된다.

기업금전신탁은 원래 통화안정증권에 의무적으로 70%를 운용하도록 돼있었는데, 지난 8월부터 그 비율이 50%로 낮아졌다. 나머지 50%는 대부분 회사채나 CD등에 투자한다.

기업금전신탁에 가입하려면 사업자등록번호가 부여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여야 한다. 그러나 금융실명제 실시이전에는 가·차명 예금이 아무런 부담없이 개설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업자등록번호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남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빌려써도 계좌개설이 가능했다.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4백85억원 차명계좌도 이런 분위기에서 개설된 것이다.

9월말 현재 은행 전체의 기업금전신탁규모는 7조7천7백10억원으로, 조흥은행 5천8백42억원, 상업은행 5천1백59억원, 제일은행 6천2백64억원, 한일은행 7천8백28억원, 서울은행 4천5백84억원, 외환은행 3천3백88억원이며 신한은행은 2천2백29억원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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