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탈피·실명제 만만치않은 위력 입증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은 앞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번 비자금파문은 대내적으로는 정경유착이라는 환부를 확실히 도려내고 실명제등 각종 개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신용·신뢰도등에 큰 실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근로의욕 저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쉽게 회복할 수 없는 마이너스 요소일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비자금사태는 일단 금융실명제가 「종이 호랑이」가 아님을 보여줬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불편만 줬지 실제 검은 돈이 빠져 나갈 구멍이 상당히 크다고 비난을 받았던 실명제지만 그 역할과 기능이 만만치 않음을 증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좀더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높이고 차·가명계좌의 원천적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비밀보장제도 운영에 유연성을 부여하는등 몇가지만 보완하면 실명제가 조기 정착할 수 있다고 경제계는 보고 있다. 비자금파문은 정치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오겠지만 이를 잘 이용하면 우리 경제의 체질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판단이다.
반면 우리 경제의 국제적인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등에 이은 이번 사태는 실물과 금융 양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총체적 부패·부정 국가라는 인식을 떨쳐버리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파문을 「정치권의 삼풍사태」라고 부르고 있다.
남북대치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경제가 해외에서 높은 신용도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그래도 금융기관은 믿을만 하다』는 것이었다고 한 경제관료는 지적했다. 특히 경제계는 국내은행중 해외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은 쪽인 신한은행이 직접 관련되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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