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불만 여전… 해빙모색 전략부심클린턴 미행정부는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5월 이래 냉각돼 온 양국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 위한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지도부의 뿌리깊은 대미 불신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행정부에 대해 누적돼 온 중국측의 불만은 지난 5월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총통의 미국방문 허용으로 폭발했다. 이때부터 냉각기에 접어든 양국관계는 중국계 미인권운동가 해리 우의 체포로 빙하기를 거친 뒤 지난 8월초 양국 외무장관회동을 계기로 해빙을 모색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정책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중국측을 안심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측의 설득을 중국측이 그대로 받아들일 여지는 비좁기만 하다. 미중관계는 현재 ▲타이완문제 ▲홍콩문제 ▲난사(남사)군도 영유권문제 ▲무역마찰등 4대 현안에다 중국의 대미 불신감과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겹쳐 복잡하게 꼬여 있다.
이총통의 방미와 유엔가입 시도등에서 나타난 타이완의 독자노선에 당황한 중국 지도부는 무력을 통한 타이완의 독립저지를 공언할 정도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날로 늘어나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도 미중관계를 악화시키는 무시못할 요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3백6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내 보수파는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깔보는 중국에 아양을 떨 이유가 없다』며 클린턴행정부의 대중 유화책에 반발하고 있다.
내달 3월 직선제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타이완의 이총통은 현재의 고립탈피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쯤이면 미공화당의원들은 이총통의 「비공식」미국방문을 재추진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중국과 미국은 아시아에서 「제2의 냉전기」를 맞게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의 강주석은 최근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수둥포(소동파) 시구를 빌려 『달도 밝은면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구석이 있다』며 미중관계의「명암」을 설명했다.
양국관계는 적어도 당분간은 어두운 구석이 더 많을 것으로 대부분의 중국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기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국 모두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는 데 회담의 성과를 두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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