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보장되는 CD나 장기채에 눈길/기업체에 융자·해외도피도 배제못해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4백85억원을 비롯한 노태우 전 대통령측의 비자금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4천억원 비자금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4천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있다면 과연 어디에 숨어 있을까.
금융계 관계자들은 4천억원이란 자금규모로 볼 때 은행등 특정 금융기관에 자금이 몰려 있기보다는 여러가지 형태로 분산돼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예상할 수 있는 자금은닉 방법은 ▲은행등 금융기관의 가·차명계좌 ▲양도성 예금증서(CD) 장기채권 같은 무기명 금융상품 ▲기업체 융자 또는 지분참여 ▲해외도피등이다.
은행등 금융기관에 가·차명계좌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은 이미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서 확인되었다. 은행권의 가명예금은 올 6월말 현재 1백19억원, 실명미확인 예금은 5조2천6백억원이다. 금융권 전체로는 실명미확인 예금이 9조1천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4백85억원도 이 자금중의 일부였던 셈이다.
게다가 차명예금의 경우 이미 실명확인을 거친 것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의 경우 거액예금이 숨어 있기가 그리 쉽지 않다』며 『보다 치밀하게 자금을 숨기려 했다면 CD나 장기채권 같은 유가증권에 실물형태로 분산해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D나 장기채권은 무기명으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비자금의 은닉처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또 특정 기업체에 저리 융자금으로 빌려주거나 지분참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선 지난해 연말과 최근 몇몇 대기업에 나돌았던 수백억 또는 수천억원대의 저리자금 융자제의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 방법도 기업체를 이용할 경우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게 금융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대통령 재임시절에 뒤를 봐준 기업이라면 이런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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