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허탈… 주식시장 떠날 것” 걱정/관련은행들 “불똥튈라” 임직원 입막기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이 확산되면서 23일 증시와 은행등 금융권은 일제히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자금의 실체가 노전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밝혀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사채거래도 끊어지는등 비자금파문이 금융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은 주가폭락사태를 우려, 「무조건 팔고보자」는 일반투자자들의 투매양상까지 일어나면서 개장초반부터 종합주가지수가 20포인트이상 곤두박질쳤다. 한때 기관들이 나서 주가폭락 진정에 나섰으나 일반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되돌려놓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노전대통령과 사돈관계인 선경그룹 계열사와 동방유량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 상업은행등 비자금관련 계좌를 갖고 있는 은행주 역시 약세를 보인 가운데 투종금 보험등 금융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관계자들은 이번 비자금파문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비자금을 제공하고 이를 숨겨준 기업과 금융기관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된다면 『안다칠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비자금수사의 강도와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관계자들은 검찰수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돈을 굴려온 거액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갈 것이 확실한데다 대부분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비자금수사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비자금수사가 계속 진행되는한 주식시장이 당분간 안정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비자금파문으로 일반투자자들이 가장 허탈해 하고 있다』면서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기대를 믿고 무리를 해서 신용을 걸어 놓은 일반투자자들이 투자의욕을 거의 상실, 주식시장을 떠날 것으로 보여 비자금파문 수습이후의 증시가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300억원의 비자금이 처음 드러난 신한은행은 물론이고 상업 동화등 관련은행들은 모두 불똥이 혹시 자기 은행으로 튀지 않을까 걱정하며 나름대로 대책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비자금으로 의심이 가는 예금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 영업점에 실명미확인 예금중 거액 예금의 실태를 파악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금융실명제 위반을 의식,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입막음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날 국민회의 신기하 의원이 제일은행 석관동지점에도 319억여원의 비자금으로 의심이 가는 자금이 있다며 계좌번호까지 밝히고 나서자 제일은행은 사실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제일은행측은 그러나 『계좌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실명제 위반이기 때문에 무어라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신의원이 주장하는 계좌 개설시점인 지난해 8월의 석관동지점 예금계수가 370억원에 불과하고 그 이후에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보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은 무엇보다도 이번 비자금 파문이 금융계에 또 한차례의 사정 한파를 몰고오고 대규모 자금이탈현상까지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김상철·김병주 기자>김상철·김병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