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유엔 데이(10월24일)는 한국에서 국경일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유엔 창설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 한국과 유엔은 그만큼 특별한 관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1948년 유엔의 결의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가 탄생했고 1950년 유엔군의 파병으로 공산 침략을 막을 수 있었다. 전후 복구와 경제발전에서도 유엔의 도움이 컸었다. 우리에게는 유엔이 잊을 수 없는 은인이다.
그러기에 창설 50주년을 맞는 유엔의 깃발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은 지난 7일 유엔총회장에서 한국음악인들의 연주회라는 색다른 행사까지 가졌던 것이다.
이제 반세기라는 역사의 장을 넘기면서 한국과 유엔의 관계도 많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동안 도움만 받아왔던 한국은 이제 유엔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는 중견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이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을 몰라보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냉전체제의 붕괴로 유엔자체의 위상도 크게 변했지만 유엔 회원국 가입에 이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까지 눈 앞에 둔 현 시점에서 한국의 유엔정책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날로 격화되어가는 국제경제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유엔이란 다자외교무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에서 발언권을 강화한다는 것은 곧 국제사회에서 행사되는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소 경제적 부담이 늘더라도 유엔활동과 지원폭을 확대하는 동시 평화유지군에도 적극 참여하는 외교적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유엔을 방문중인 김영삼대통령이 23일 새벽(한국시간)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밝힌 유엔정책의 기조는 시의 적절한 것으로 평가 할만하다.
이날 김대통령이 유엔의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유엔의 효율화와 민주화, 분쟁 예방 기능강화, 경제 사회 환경등 개발요구에 대한 적극 대응, 인간 우선 및 가정중시활동의 강화, 예산부담과 운영을 위한 새로운 방안 모색등 5가지 제의는 오늘날 유엔이 안고 있는 과제를 그대로 적시한 것이다.
특히 유엔개혁을 위한 특별총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이나 5년마다 정상회의를 갖자고 제의한 것은 적극적인 외교공세로 볼 수 있다. 다만 제의를 위한 제의가 되거나 전시효과를 노린 일과성 기록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제안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온갖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