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인들이 내년이후가 문제라고 말한다. 경제부처 관리들을 만나면 내년을 어떻게 넘길지가 걱정이라고 하소연한다.기업인들과 경제부처 관리들은 처지와 역할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내년과 그 이후의 우리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의 시나리오는 대개 다음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선거열풍 걱정
<올 연말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든 경기가 내년 4월 총선을 거치면서 곤두박질친다. 총선의 열풍은 식지 않고 97년12월의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자연히 경제는 내팽개쳐지고 기업들은 자금난·인력난으로 정상가동이 어려워진다. 세계경제성장의 둔화와 엔저(저)로 수출길도 좁아져 기업들의 연쇄도산사태가 뒤따른다. 기업인들은 기업할 의욕을 잃고 사업기반을 외국으로 옮기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도 보따리를 싼다. 국내 산업공동화가 심화되면서 한국은 끝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고 만다>올>
놀라운 것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경제계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우이기만을 바라는게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속에 「비자금」이라는 돌발변수가 불거져나왔다. 경제계가 아연 긴장하는 것은 이 악재가 비관적 시나리오의 현실화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비자금파문이 사실여부를 떠나 정치권은 물론 금융권을 비롯한 경제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자금이라는 악재도 극복하기 어려운데 불행하게도 우리경기가 정점에서 하강하는 시기가 내년 총선시기와 맞물려 있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이 경기가 곤두박질치지 않고 부드럽게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그것은 경제만을 두고 봤을때의 전망이다. 비자금설 같은 악재와 선거라는 경제외적인 요인을 대입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국가에너지가 총선에 쏠리기 시작하면 경제는 힘을 잃고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라고 선거태풍권에서 온전할리가 없다. 여기저기서 벌리는 손을 거부할 수도 없다. 외국인연수생을 불러다 일자리를 채우는 마당에 선거바람이 불면 빈자리는 더욱 늘어날게 뻔하다. 세계경기도 올해보다 나쁘면 나빴지 좋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물가불안도 잠복해 있다. 남발되는 선심성 개발공약으로 투기바람이 일어날 소지도 크다. 세계무역기구(WTO)시대의 개막으로 개방바람은 더욱 거세져 수출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경제사활 고비
더욱 걱정되는 것은 내려앉은 경기가 되살아날 즈음해서 이번에는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을 치른뒤 1년8개월이라는 길다면 긴 시차가 있지만 여당이나 야당 모두 필사적으로 대권레이스에 달려들 것이다. 요즘 돌아가는 정치상황을 보면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열풍이 얼마나 거셀지 예상할 수 있다. 비자금파문은 이같은 선거열풍의 전주곡이 되고 있는 듯하다.
두번의 선거열풍을 겪고 나서 우리 경제가 온전할 것인가. 경제인들은 선거때문에 걱정이고 경제부처의 당국자들도 선거때문에 수심이 가득하다. 남은 두번의 선거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고비이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의 고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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