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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개막 지방자치시대(광복 50/다시 여는 반세기: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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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개막 지방자치시대(광복 50/다시 여는 반세기:19)

입력
199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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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기·중앙과 갈등극복이 과제/기업유치·행정편의 개선 등 지방자치제 정착전망 밝아/남북교류통해 통일기여 기대도광복 50돌을 맞은 올해 우리나라는 다가올 반세기를 준비하는 중요한 분수령을 넘어섰다. 지난 6월 실시된 4대 지방선거를 통해 50년동안 정치·사회를 좌우해온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분권화와 자율화로 요약되는 지방자치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언한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지방자치가 과연 얼마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지방화 자율화의 흐름이 향후 21세기를 이끌 도약의 물줄기로 바뀔 것을 예고하는 전조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민선단체장이 등장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일고 있는 신선한 바람은 불과 몇달만에 무섭게 달라진 변화를 실감케 한다. 단체장이 자신의 판공비 내역을 주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는가 하면 1일 택시기사로 현장을 누비며 주민의견을 수렴하는등 일선행정에서 진취적인 바람이 일고 있다.

천편일률적이던 행정서비스도 온갖 아이디어가 속출하며 다채로워지고 있다. 자치제 정착의 관건인 지방재정을 확충하기위해 시장 군수 지사가 해외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세일즈맨」이 되어 다투어 판촉에 나서 세계화속의 지방화를 실감케도 한다.

오랜 중앙집권체제에 익숙해진 탓인지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않다. 민선시대가 열리자마자 전국이 쓰레기문제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등 지역이기주의가 불거지는 양상이 자주 보인다. 집단민원이 봇물처럼 터지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자치단체간 마찰도 곳곳에서 일고 있으나 갈등해소를 위한 합리적인 원칙이 도출되지 않아 아직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가 관악산 관통도로 개설을 둘러싸고 적잖은 감정대립을 노출, 출신정당 배경이 다른 단체장간의 갈등이나 지역주의가 가세할 경우 자칫 지방자치가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인천·전주시 의회는 최근 내무부의 예산편성지침을 거부하고 나서 파문을 일으켰는데 이는 지방 현실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간섭에서 촉발된 측면이 크나 앞으로 중앙과 지방정부간에 만만찮은 갈등이 일어날 수 있음을 드러내준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경기 수원시 심재덕 시장은 『어차피 주민들에게 심판받을 민선시장인데 내무부와 도가 예산 인사 조직등 각 분야에서 사사건건 통제하려 든다』며 『자치권을 최대한 지방으로 넘겨줘야 한다』고 말한다.

심시장은 현재의 지방자치제도가 「반자치 반관치」에 머물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심시장 지적처럼 아직 「지방의 논리」가 통제와 전국적인 균형발전을 꾀하는 「중앙의 논리」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는 현실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달곤 교수는 『시민 의식은 이미 21세기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고 과감히 한번 맡겨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각 지자체가 지역여건에 맞춰 다양한 「정책실험」을 벌이는 데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다. 70년대말 일본 지자체마다 탈정당화·경영화 바람이 불면서 「1촌1품」운동이 번져나간 것은 흔히 얘기되는 모범적 자치 사례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에 앞서 60년대 일본 지방정부들은 혁신정당 집권과 그에 따른 중앙―지방 갈등의 과도적 진통과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사실은 음미할 만하다.

현재로선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미래가 반드시 밝지만은 않다. 내년부터 이어질 총선 대선등 각종 선거과정에서 해묵은 지역갈등이 재연될 경우 현행 정당 분포상 자칫 지방을 권력장악을 위한 투쟁 무대로 변질시킬 우려도 크다. 또 시장·군수협의회, 광역의회협의회등 전국적인 연대기구가 발족돼 중앙정부에 권한이양을 요구하며 실력대결을 벌이게 되면 중앙과 지방간의 갈등과 마찰은 증폭될 소지도 적지않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각 재벌들이 지방으로 계열기업을 진출시키는등 지방재정여건이 한결 호전되고 시민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지방화 정착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다』고 낙관적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또 통일전망과 관련, 지방자치의 활성화가 독일의 경우처럼 체제간 이질감을 줄이고 통일기반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아 주목된다. 목포와 신의주, 혹은 휴전선너머 강원도 남북 시·군끼리 교류를 통해 민족동질감 회복을 확대함으로써 통일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복 반세기와 함께 열린 지방화가 우리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고 세계로, 통일로 향하는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시민의식이 최대 과제라는 지적이다.<정정화 기자>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역사/52년 첫도입후 올 4대선거 실현/60년 민선 시·도지사 6개월만에 물러나/60여년 표류하다 91년 지방의원만 선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근원은 조선시대 각 마을마다 유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해온 향청과 향약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지방자치는 지난 52년 광역·기초의원 선거로 시작됐다.

지방자치법은 1949년에 제정됐으나 건국초 정치·사회적 여건과 6·25전쟁 발발등 혼란에 휩쓸려 지방자치제 시행이 연기돼오다 6·25 전쟁중인 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지방의원선거를 전격 실시함으로써 막을 올렸다. 당시 이대통령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자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위한 세력확보와 전국적 지지기반을 다지기위해 지방의원 선거를 실시한 것이다.

50년대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낮은 자치의식과 자치단체의 빈약한 재정여건, 민선단체장들의 정실인사와 인기영합 행정으로 혼란이 거듭됐다. 단체장 선출방식도 의회 간접선거제에서 직선제, 임명제등으로 바뀌는등 진통을 겪었다.

4·19가 일어난 직후인 60년 12월 지방의원과 시·읍·면장은 물론, 민선 서울시장과 도지사가 첫 탄생했으나 6개월도 못가 5·16쿠데타로 물러났다.

이후 지난 91년 지방선거가 다시 이루어질때까지 지방자치는 30여년동안 중단됐었다. 3공화국헌법은 지방자치 실시를 법률로 위임한뒤 법률을 제정하지않는 방식으로, 유신헌법은 통일이 될때까지 실시를 유보했다. 5공화국헌법은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87년 6·29선언이후 지방자치실시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여야는 선거시기와 규모를 놓고 당리당략에 얽힌 공방전을 거듭했다. 88년 민정당은 지방의원만 직선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했으나 13대 여소야대 국회가 개원하자 야당이 개정한 법안에 대해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등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이 그치지않았다.

89년에는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3당합당으로 원내 다수당이 된 민자당이 무효화하자 김대중 당시 평민당총재가 단식투쟁을 벌이는등 극한대립으로 치닫기도 했다. 결국 지방의원선거는 91년 6월30일까지, 단체장선거는 92년 6월말이전에 실시하는 법안이 마련되는 것으로 낙착됐다. 이후에도 우여곡절끝에 91년 기초·광역의원이 선출되고 4년뒤인 지난 6월 4대 지방선거 동시 실시로 우리나라에도 비로소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게 됐다.

◎전문가 진단/지방행정연원장 전 총무처 차관/중앙­지방 통제아닌 동반자인식 가질때/합리적 기능분담통해 국가발전 이끌게

지역주민의 대표인 지방의회 의원과 자치단체장이 지난 6월 27일 4대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됨에 따라 이제 우리의 지방자치는 제도적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성숙해가는 단계에 와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본격적인 개막과 더불어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재 「경영행정」개념의 도입이라든가 주민편의를 위한 행정제도의 개선, 지역실정에 알맞은 조직개편, 외국자치단체와의 통상협력등 시대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정책의 효율적 수행을 저해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 지역이기주의 팽배로 인한 지자체간의 대립은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제가 우리나라 국가발전의 참다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보다 건전하게 정착·발전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및 지자체 상호간의 관계가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중앙정부는 국가 안정과 통합성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나가는 동시에 지자체의 자율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법적 규제의 완화및 기능이양, 지자체권익의 보장, 재정·기술분야의 지원등을 포함하는 여러 대책들을 마련·시행해야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국가발전에 대한 적극적 기여및 지역주민의 복지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지방행정의 능률성과 생산성제고, 지역사회내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 종합적 계획에 의한 지역발전도모, 지방행정수요에 대한 효율적 대응등을 달성해야한다.

결국 이러한 각자의 역할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에는 과거에 유지돼 오던 통제·감독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신뢰에 입각하여 지원과 협조를 위주로 하는 동반자적 관계가 적절한 기능분담의 체계를 통해 구축돼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시대에는 국가행정의 통합성과 지방행정의 자율성이 동시에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지자제의 실시 초기에는 국가발전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지방의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증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한국적 풍토에 맞는 지방자치제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남북통일후 행정수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방행정체제를 조정하거나 북한의 지방행정에 대한 충분한 사전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통일에 따른 행정체제가 어떻게 변화하든 간에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지방자치제도가 바람직하게 발전되어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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