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은 몰래 조성해서 숨겨둔 돈으로 깨끗함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기업은 청탁등 각계 로비를 위해 숨겨두고, 정치인·지도자들은 정경유착 등 직위를 이용해서 불법으로 모은 「컴컴한 돈」을 말한다. ◆2차대전후 일본정계에서 정치자금·검은 돈을 마련하는데 뛰어난 천재급으로 다나카 가쿠에이(전중각영)전총리와 가네마루 신(금환신)전자민당부총재가 꼽힌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이들은 검은 돈 때문에 스스로 정치생명을 마감했다. ◆다나카는 소위 「일본 열도개조론」을 내세워 투기붐을 일으킨 후 거액을 벌어들이다 평론가 다치바나(립화륭)가 「문예춘추」에 쓴 「다나카김맥(금맥)연구」라는 폭로기사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또 록히드사로부터 5억엔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가네마루는 「정치자금은 사사로는 안쓴다」는 불문율을 깨고 60억엔을 착복한 것이 드러나 구속된 후 의원직을 사퇴해야만 했다. ◆우리나라에서 검은돈의 왕자는 누구일까. 다나카나 가네마루같은 스타는 없지만 국민들은 국회청문회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벌들에게서 일해재단 설립자금을 강제조성한 것이 드러났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주영씨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아 「불우이웃돕기에 썼다」고 밝힌 사실을 알고 있다. 또 이원조 전 의원이 5·6공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정치자금조달과 깊이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박계동 의원이 밝힌 4천억원의 비자금설도 그렇고, 특히 신한은행에 예치된 3백억원의 차명자금이 과연 사채업자의 것인지 전직대통령의 것인지 벌써부터 검찰의 조사가 주목된다. 만일, 불법적인 정치자금일 경우 정계는 물론 15대 총선을 앞당겨 뒤흔들 뇌관이 될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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