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갈등 더 자극 우려… 패러칸 「리더」 위상강화미국사회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를 가득 메웠던 사상최대의 흑인의 물결(경찰추산 40만명)이 시가지를 빠져나가기가 바쁘게 이번 행사의 파장을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이날의 「1백만 흑인남성 대행진」은 한마디로 백인들의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한풀이 마당이었다.
워싱턴기념비와 링컨기념관 일대에 운집한 흑인들은 「속죄와 화합의 날」로 명명된 이날 집회에서 가정과 사회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데 대한 자각과 반성, 인종간 조화를 다짐하는 결의를 새롭게하기 보다는 그들의 빈곤과 불평등의 주된 책임이 백인들에게 있다고 성토하는데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이번 행사는 과격파 흑인지도자 루이스 패러칸이 흑인사회의 무시못할 리더로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이슬람 국가」를 이끄는 그는 의사당앞에서의 연설을 통해 백인 우월주의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패러칸은 흑인거주지에서 사업하는 유대인과 한국인, 베트남인등을 「흡혈귀」라고 매도했던 앞서의 발언을 되풀이 하지는 않았으나 그같은 망언에 대해 사과하기를 거부했다. 이날 저녁 CNN―TV의 래리 킹 쇼에 출연한 그는 『흡혈귀 발언을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진실을 말한데 대해 사과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도 2백여년동안 흑인을 노예로 취급해 온데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백인 주류층은 그를 흑백분열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비난하지만 그가 정체상태에 있던 흑인의 민권운동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스타임은 분명해 보인다.
패러칸의 영향력 강화는 백인 주류사회의 경계심을 자극할 게 분명하고 이는 곧 흑백간의 긴장감을 오히려 고조시킬지 모른다. 상당수의 백인들은 O J 심슨의 무죄평결에 따른 경악상태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자신들에 대해 공개적인 적개심을 드러낸 이번 흑인시위로 감정이 악화해 있다. 이번 시위를 패러칸이 주도했기에 그들의 우려는 더욱 크다.
빌 클린턴미대통령이 이날 아침 워싱턴의 흑인집회에 맞춰 텍사스주 오스틴대학에서 연설을 통해 흑백화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번 행사로 인한 흑백갈등의 심화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가 그동안 정체를 면치 못해온 흑인사회에 자생력을 불어넣는데 얼마나 기여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같은 시위가 두번다시 필요없게 될 날을 대다수의 미국인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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