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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고칠 때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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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고칠 때다(사설)

입력
199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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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한국인 여행객의 안전사고는 관련기관·업계의 대책 소홀과 함께 여행자 자신의 자세·행동 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한마디로 한국인은 돈 씀씀이가 헤프고 현금을 많이 소지한다는 인식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에서 발생한 우리 여행객의 인질사건도 물론 1차적 원인은 현지의 치안불안 탓이겠지만 이같은 한국인 이미지가 또다른 원인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이어 외환규제조치마저 완화되면서 외국 여행자의 수와 소지경비도 급격히 늘고 있다. 여행 개방 첫해(89년)에 1백21만명이던 우리 여행객은 올해엔 무려 4백만명에 육박하면서 한국방문 외국인의 수를 앞지르는 원년이 되리라는 게 관광업계의 추정이다. 게다가 금년 초부터 1인당 외화소지 한도액이 1만달러가 되면서 그만큼 돈의 씀씀이가 늘어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외국의 한 경제전문지는 최근 한국인의 해외여행 러시를 다루면서 금년 여름에만 32만명이 유럽을 다녀가 주요 관광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또한 한국인이 런던에서는 바바리 코트를, 파리에선 화장품을, 암스테르담에선 다이아몬드를 열심히 사들인다고 꼬집어 이런 해외여행 행태가 잦은 말썽과 함께 쉽게 범행의 표적이 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동안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여행자 수표나 신용카드 사용 대신 고액권의 달러등 현금 사용을 선호하고 있는 점 등이 그렇고 여행자들의 자기과시욕이 지나친데다 화려한 복장으로 눈길을 끄는 것도 유독 우리만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허점의 하나다.

경찰 추산에 의하면 근년 들어 해외여행 중 범죄 피해자가 1년 평균 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더구나 지금도 지역·인종 분쟁으로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옛 소련 및 동구지역이나 게릴라 단체에 의한 테러 등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중남미 지역 등에서 우리 여행객의 피해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관계당국은 해외 여행자와 재외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겠다. 특히 해외파견 근로자나 유학생이 몰려 있는 지역 및 여행자가 늘어나는 나라의 치안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며 주지시키는 역할에 소홀해서는 안되겠다. 이와 함께 국내의 여행업계와 관광당국 역시 여행자에 대해 안전사고 예방 차원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우리의 여행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개선되어야만 외국인 범죄단체로부터의 접근이나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다같이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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