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이 희생됐다.15일 25세의 영국 프로복서 제임스 머레이가 국내경기중 소나기 펀치를 맞고 의식을 잃어 뇌수술을 받은지 이틀만에 사망한 것이다. 그는 금년들어 3번째 링위의 희생자가 됐다.
5월에는 콜롬비아의 지미 가르시아가, 9월에는 일본무대서 활약하던 한국의 이동춘이 링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영국의 WBC 슈퍼미들급 타이틀전서 뇌를 심하게 다친 미국의 매클레란은 목숨은 건졌으나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남은 야만스포츠」 「합법적인 살인을 야기하는 비인간적스포츠」라는 비난이 비등하는 가운데도 프로복싱의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프로복싱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1884년 현 규칙이 도입된 이래 5백명, 70년 이후만도 50명이 넘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67년, 노르웨이는 81년부터 복싱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82년 한국의 김득구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레이 맨시니에 14회 KO패하고 사망한 뒤 세계 양대 프로복싱기구인 WBA와 WBC는 세계타이틀전을 15회에서 12회로 줄이기도 했으나 불상사를 막는데는 부족했다.
복싱계는 최근 각광받는 자동차경주보다 복싱의 사고가 적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번 희생자인 머레이의 경기를 주선한 프로모터 프랭크 워런(영국)도 『경기를 열렬히 원하는 복서들이 있는 만큼 복싱은 금지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주먹 하나로 단번에 1천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세계챔프는 수많은 헝그리복서들의 꿈이다. 또 복싱을 야만적인 스포츠라며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대편에는 원초적 투쟁본능을 만족시켜 주는 혈투를 갈망하는 열광자들이 있다.
전통적인 복싱 강국인 한국은 최근 아시아선수권대회(아마) 12체급에서 금메달을 한개도 못땄다고 호된 질책을 받았다. 프로복싱도 세계챔프가 최희용(WBA 주니어플라이급) 한명 뿐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복서 지망생들이 급감한다며 복싱계는 한숨 짓는다. 한국복싱은 침체기에 빠졌다. 그러나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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