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송기원 11년만에 자전적 작품집 「인도로 간 예수」 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송기원 11년만에 자전적 작품집 「인도로 간 예수」 출간

입력
1995.10.17 00:00
0 0

◎화해와 포용으로 감싼 생채기 가득한 48년 세월/유년의 추억·그늘진 삶의 이야기 7편 모아/작품마다 깊게 배인 질긴슬픔의 편린 애절마흔 여덟살의 남자가 희망없던 세월을 애틋한 눈길로 바라본다. 작가 송기원씨가 썩지 않을 듯 질긴 슬픔이 밴 작품 7편을 모아 11년만에 소설집을 냈다. 「인도로 간 예수」(창작과 비평사간)는 작가가 「다시 월문리에서」이후 세번째로 낸 작품집이다. 소설 쓰기를 중단한 지 거의 10년만인 93년에 발표, 동인문학상을 받았던 「아름다운 얼굴」을 비롯해 그 이후에 쓴 다섯 작품과 월문리연작 두 편이 담겨 있다.

지난해 선보인 첫 장편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가 전남 보성과 벌교 사이의 조성장터를 무대로 사춘기의 고뇌와 방황을 그린 자전소설이었듯이 단편 「아름다운 얼굴」과 「사람의 향기」는 그 장터에서 작가가 겪은 유년의 시간을 추억하는 글이다. 씨다른 누이가 있는 범상치 않은 가족사, 장터를 전전하던 새끼 낭인같은 어린 시절등 상처로 간직해온 세월을 소설로 풀어놓으면서 화해하고 포용하려 한다. 소작인이었던 아비와 가족의 운명을 씻어내지 못하고 대학강사가 될 문턱에서 노동운동을 택한 후배가 『차라리 미워하고 싶어도 도무지 미워할 수조차 없을 만큼 아버지가 불쌍했다』고 할 때 그도 마찬가지로 미워했던 여러 사람들과 과거가 도리어 자신에 의해 상처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늙은 창녀의 노래」와 「수선화를 찾아서」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찾아다니며 보고 겪은 이야기를 담아 89년에 펴낸 산문집 「뒷골목기행」에 맥을 대고 있는 소설이다. 사십 넘어 오천원 꽃값으로 밥을 먹는 여인의 순애보, 뱃사람들을 상대로 방석집생활을 하는 섬여인들의 애잔한 꿈과 비극적 소망이 엿보인다.

기회 닿는대로 작가가 남들 앞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나, 자신의 과거사에 빗댄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면 가냘픈 감상의 내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학이 아름다움을 담는 그릇같은 것이라면, 그리고 작가가 아름다움을 위해 생채기 가득한 알몸을 드러내기로 했다면 그 진실은 모든 것을 감싸고도 남을 것이다.

『더러운 욕심이 돋보이는 내 글에도 만일 실오라기같은 진정이 깃들여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겸손을 더한 송기원의 진술은 「자기 되돌아보기」라는 테마에 매달리는 동시대 작가들을 보이지 않게 이끌어 간다.<김범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